프랑스 파리의 명소인 카바레 '물랭루주'를 50년간 이끌어 온 자키 크레리코(84) 회장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느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긴 치마를 입은 채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는 캉캉 춤을 지금과 같은 화려한 쇼로 탈바꿈시켜 물랭루주를 파리 밤 문화의 상징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빨간 풍차'라는 뜻대로 건물 입구에 실제 빨간 풍차 모양을 트레이드 마크로 달고 있는 물랭루주는 개선문·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상징으로 통한다.

물랭루주는 1889년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부근에 세워졌다. 개장 초기 노동자 계층이 귀족들과 어깨를 비비며 춤을 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고전과 현대, 초현실주의가 어우러진 건물 자체도 얘깃거리가 됐다.

물랭루주 무용수들의 공연 모습.

물랭루주는 당시 유행하던 캉캉 춤을 무대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스커트 아래로 고혹적인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선보인 이 춤은 당시로선 외설적인 동작이었으나 동시에 밤 문화의 혁명으로 훗날 평가받았다.

크레리코 회장은 1962년 아버지로부터 물랭루주를 물려받아 안무가 도리스 허그와 함께 캉캉 춤을 지금과 같은 쇼로 부활시켰다고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이 보도했다. 크레리코는 나체의 무용수를 동원한 수중발레, 아쿠아리움 등을 선보이며 물랭루주를 혁신적으로 변모시켰다. 2009년 9월에는 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뒷모습을 일반에 공개했다. 2001년에는 19세기 말 물랭루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뮤지컬 영화 '물랭루주'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후기 인상파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은 이 카바레의 무희들을 담아 세기말적 상황을 묘사한 작품을 남겼다.

크레리코 회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새로운 쇼를 선보이며 물랭루주를 한 해 60만명이 찾는 유명 카바레로 키웠다. 그의 동생 크리스티앙도 샹젤리제 거리의 극장 '리도'를 2006년까지 경영했다. 크레리코 회장 장례식은 오는 18일 물랭루주의 무희(舞姬)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