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하다고 얘기해주세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제발."

40대 여성이 길거리에서 노모에게 절규했다. 노모는 끝내 여자를 외면했다. 14일 방송된 MBC '이야기 속 이야기-사사현'에서는 최근 인터넷을 달군 20년간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여동생의 사연을 전파했다. 김정희 씨(가명)는 유복한 가정의 3남 1녀 중 막내딸. 그녀 주장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친오빠의 성폭행에 시달렸고, 결국 대학교 때 친오빠 아이까지 임신한 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낙태를 당했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 후에도 친오빠는 조카들이 있는 집까지 찾아와 여동생을 탐했다. 여동생은 "저항하려 했지만 옆에 자고 있는 아이들이 깰까봐 끝까지 반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병원의 원장인 친오빠는 이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정희 씨는 성폭행 혐의로 친오빠를 고소한 상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찾아간 부모는 "오빠를 등쳐먹으려고 하냐, 증거 있냐, 혀 깨물고 죽어버려라"라는 폭언을 내뱉었다. 또 "내 아들 손에 쇠고랑을 차게 하라는 것이냐"며 딸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웠다. 취재진은 "당시 낙태한 아기는 여동생이 만나던 다른 남자의 아이"라고 부인하는 회견까지 열었던 오빠를 수차례 찾아갔지만 그는 끝까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여자는 "어린 시절 오빠가 유난히 저를 많이 만졌다. 다른 남동생들보다 여동생이니까 그러는줄 알았다"며 "성적이 우수하고, 성격이 포악했던 큰오빠는 부모님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고 유년기를 회상했다. 또 뒤늦게서야 사실을 밝히고 공론화 하는 이유에 대해 "더이상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앞으로라도 제대로 살고 싶다"고 힘든 싸움을 하게된 이유를 밝혔다.

방송이 된 같은 날 전남지방경찰청 이의조사팀은 목포 모 병원 의사인 A(47)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기록 등을 검토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A씨는 2006~2007년 세 차례에 걸쳐 여동생의 집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여동생을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참고인 진술,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성폭력이 있었다고 보고 영장을 신청했다. A씨가 가족 등 주변인의 거짓진술을 유도하고 진술을 번복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돈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꾸몄다"며 공갈·무고 등으로 맞고소해 피해자 부부를 압박한 점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들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통화 음성파일, 녹취록, A씨 남매의 조사결과를 검토한 결과 1984~1993년에도 성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다.

여동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섯 살 터울인 친오빠가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목포경찰서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려 했다. 이에 그녀는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남지방경찰청 이의조사팀은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목포경찰서로부터 기록 등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