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전형적인 덕장이다. 늘 관대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김 감독의 이미지다. 올해부터 거인 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편한 덕장에서 독한 용장으로 변신할 기세다. 감독과 선수 모두 순하면 곤란하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달 자율훈련 기간동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표시했던 김 감독은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서 좋다"면서도 "때로는 독한 면도 있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너무 순한 게 탈"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그만큼 1승이 더 급하고 중요한 상황이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의 몫이지만 직업 선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못박았다.

그렇다고 독단적인 결정은 없다. 감독은 최고 권력자가 아닌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니까. 김 감독은 "훈련 시간 만큼은 코칭스태프가 주인공이 돼 선수들이 따라 와야 한다. 훈련에 관한 타협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감독의 스토브리그 화두는 무한 경쟁. 지난 8일부터 전훈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은 8일부터 김해 상동구장에서 담금질에 나선다. 나머지 선수들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땀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전훈 명단이 확정된 건 아니다.

명단에 포함돼 있더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인다면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반면 1차 명단에서 빠졌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승선이 가능하다.

시무식 신년사 때 "프로는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부상없는 한해가 되자. 특히 그라운드 밖에서의 안전 사고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던 김 감독은 "몸이 안 되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사이판 1차 캠프에서 일본 가고시마 2차 캠프로 이동할때 낙오 선수가 있을 것"이라며 "모든 선수들을 데려가진 않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건 2군에서 열심히 하면 언제든지 전훈 캠프에 합류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열심히 땀흘리는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줄 것이다. 다만 기회를 기다리지만 말고 기회를 잡기 위해 덤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롯데는 오는 22일 투수 및 포수조, 23일 야수조 순으로 사이판에서 1차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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