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비록 10구단 유치에서 사실상 탈락했지만 부영그룹과 전라북도는 얻은 게 훨씬 더 많았다.
10구단으로 수원-KT가 우선 선택받게 됨에 따라 전북-부영은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하지만 결코 실패한 게임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부영은 10구단 유치 경쟁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효과로 대중들에게 건설기업으로서 명성을 높였고, 전북도 지역야구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부영은 지난달 4일 공식적으로 전북과 손을 잡고 10구단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부영의 인지도는 크게 낮았다. 재계 순위 30위 우량 건설기업이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지 않았고, 건설업 특성상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사랑으로'라는 슬로건이 그나마 알려진 것의 전부였다.
처음 부영이 전북과 손 잡을 때부터 야구계에서는 "부영이 뭐하는 회사인가"라는 물음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공격적인 홍보 전략으로 KT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이제 야구계는 물론 야구팬들과 대중들은 부영그룹이 건설기업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게 됐다. 전국민적인 스포츠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경쟁에 나서자마자 인지도가 급상승한 결과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부영은 굴지의 통신 대기업 K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가 됐다. 부영-KT의 라이벌 구도는 KT보다 부영에 유리했다. 특히 유치 경쟁을 직접 진두지휘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수원-KT에 비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한 달 동안 진정성을 아끼지 않은 홍보 전략으로 주목을 받으며 좋은 인상을 심었다.
미디어를 통해 부영그룹은 2012년 한 해 동안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으로 약 36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40년간 주력 분야인 국민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선 기업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전남 순천 출신 이중근 회장의 애향심도 재조명 받았다.
야구계에서는 "부영에게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었다. 10구단을 유치하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았다. 한 달간 유치 경쟁으로 미디어에 노출된 것을 고려할 때 오히려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며 부영의 수완을 높이 평가했다.
1999년 쌍방울이 해체된 이후 10구단으로 다시 한 번 야구팀 유치를 꿈꾼 전북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전북도 초중고 아마추어팀들이 부영그룹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등 지역 야구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에서 실패한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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