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2000년 초 최진실은 영화 '단적비연수'에 김석훈과 연인 관계로 출연중이었고 실제로는 당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5살 연하의 조성민과 열애 중이었다.
 
 조성민은 오래전부터 최진실의 열렬한 팬이었고 1999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최진실 역시 멀쩡한 외모에 한참 잘 나가던 야구선수인 조성민에게 사랑을 느껴 금세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한참 뜨겁던 당시 최진실은 김석훈과의 키스신이 있음을 조성민에게 밝혔고 조성민은 '안 찍으면 안 되냐'고 투정을 부리면서 '꼭 그래야 한다면 마늘 실컷 먹고 찍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두 사람은 결혼날짜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진실은 조성민이 자신을 매우 사랑해 질투까지 할 정도라고 그의 매력에 대해 구구절절 읊으며 가늘게 뜬 눈에 행복에 들뜬 만족감을 가득 담았다.그해 12월 두 사람은 숱한 사람들의 축복 속에 최고 연예스타와 최고 스포츠스타의 결합을 알렸다.
 
 두 사람은 환희 준희 두 남매를 낳으며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만족스러운 부부생활을 이어갔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04년 그들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졌고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
 
 그리고 최진실은 2008년 10월 목을 맸다. 이 가족의 불행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2010년 3월 최진실의 유일한 형제인 최진영마저 누나의 곁으로 떠났다. 세상 사람들은 어린 나이의 환희 군과 준희 양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아직 어린 그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큰 사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남매에게 또 한번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버지 조성민이 지난 6일 오전 5시 26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고인은 여자친구에게 휴대전화 메신저로 '그동안 고마웠다. 내가 없어도 꿋꿋하게 잘 살아라'라는 글을 남겼으며 어머니에게는 문자메시지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최진실과 이혼 후 조성민의 삶은 그다지 평탄치 않았다. 이혼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들이 그의 이미지를 훼손했을 뿐더러 야구선수로서의 생명력도 희미해져갔다.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댔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성과를 못 봤고 2012년 두산 베어스 2군 재활코치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다시 야구와 연을 맺었지만 지난달 초 재계약을 포기하는 등 그와 야구와의 인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에는 도곡동의 한 일본식 선술집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이래저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기에 자살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사는 게 힘들었기에 죽음을 택한 게 아닐까?
 
최진실의 경우 정상급 스타에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도 모았고 무엇보다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식이 있음에도 생을 놓아버린 것은 남들이 모르는 그녀만의 삶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진실의 자살 이후 최진영은 그 누구보다 조카들을 돌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외삼촌인 그는 아빠 엄마 노릇을 대신 하며 두 어린 조카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 것. 노총각인 그에게 최대의 희망과 가치관은 조카였다. 그런데 그런 그마저도 스스로 삶의 끈을 끊어버렸다.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최진실에 비해 조성민은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삶을 살았다. 최진실 사후에도 간간이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근황을 알렸지만 그가 야구인으로서나 사업가로서 탄탄하다는 인상은 주지 못했다. 그러더니 새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하지만 살면 살수록 삶에 더욱 애착을 갖기 마련이다. 많이 살면 살수록 산다는 게 죽음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사랑 역시도 마찬가지 아닐까? 연인 혹은 부부들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그 사랑이 영원할 듯 착각하지만 이 세상에 이성간의 사랑 치고 영속성을 가진 것이 있다고 보고된 것은 별로 없다.
 
그 흔한 '부부가 정으로 산다'는 말은 표현은 간단하지만 뜻은 깊다. 사랑의 감정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에 근거한다. 이 도파민은 딱 잘라 말해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오로지 상대방을 향한 사랑의 감정만 출렁일 뿐 그의 약점이나 단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참으로 바람직하고 아름답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물불 안 가리고 서로를 아끼며 서로를 위해 무엇이든 버릴 수 있다는 희생정신을 품는 이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느 감정보다도 소중한 마음가짐으로서 그 무엇도 이겨낼 수 있고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그 어느 보물보다도 값진 천상의 선물이다.
 
그러나 문제는 도파민의 생성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렇게 콸콸 샘솟던 도파민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고작 2년이면 생산이 중지된다. 물론 특정의 한 사람을 향한 도파민이다. 평범한 연애결혼은 두 남녀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더 이상 그 사람을 집에 들여보내기가 힘겨워지고 함께 지내고 싶은 욕망이 절정에 다다를 때 살림을 합치고 공개적으로 결합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부부가 2년 뒤에도, 혹은 5년, 10년 뒤에도 신혼 때의 설레는 감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건 도파민의 유한한 유통기한 때문이다. 최진실과 조성민의 짧게 끝난 사랑은 분명히 두 사람의 삶에 아물지 않는 흉터를 남겼다. 그 흉터를 바라보고 아파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은 개개인의 성격 혹은 그 사랑의 정도의 차이일 뿐 이미 다쳤고 그 상처는 저보란 듯이 아물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의 상처마저 봉합된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들의 자살의 이유가 어디 있든 분명히 여러 가지 동기 중의 하나는 분명히 그 실패한 사랑의 결과가 끼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연인은 사랑할 때 그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그 사랑으로 결혼한 신혼부부는 인생의 완성된 결실인 줄 착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과 진짜 삶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사랑으로 이룩한 결혼은 이제 첫 단추를 꿴 것이지 모든 복장을 다 갖춘 것이 아니다.
 
 자살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자살로 하늘이 준 삶의 기간을 스스로 단축할 때는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할 사연이 있기 마련이라고 동정심은 가질 만하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만난 두 사람이 잘 화해하길 가족과 팬들은 원할 것이고 그 누구보다 환희 군 준희 양이 바랄 것이다. 그들은 아마 하늘나라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랑도 인생도 다 지나고 나면 허무한 것을. 100년도 채 못 살 사람들이여, 사랑에 정직하고 사람에게 친절하며 인생에 충실하라'고.
 
 최진실 최진영 조성민의 명복을 빌며.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