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근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동) 고시촌의 '광장서적'이 지난 2일 부도 처리됐다.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1978년 문을 연 광장서적은 대표적 사회과학 서점 중 하나였다. 출판계 관계자는 "광장의 부도로 학생 운동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사회과학 서점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7일 지역 출판계와 은행권에 따르면 광장서적은 지난해 12월 31일 만기가 돌아온 1억6000만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 서점의 발달로 사회과학 서적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고시 산업이 쇠락하면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서점은 '사회 문제 의식을 갖고 쓰인 책을 팔면서 생활고도 해결하자'는 취지로 1980년대를 전후로 생긴 서점들로, 당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사회과학 서적을 파는 곳으로 명성이 높았다.
2000년을 전후해 다른 사회과학 서점은 차례로 문을 닫았지만, 광장서적만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1990년 국회의원이 된 이 전 대표로부터 서점을 물려받은 동생 해만(56)씨가 사회과학 서적뿐 아니라 고시서적·문제집까지 취급하면서 광장서적을 종합서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열면서 고시 열기가 줄어든 데다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이 확장해 신림동 고시촌이 쇠퇴하면서 광장서적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한 지역출판계 관계자는 "수년간 신림동 일대 서점 100여곳 중 30여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최근 문을 닫고 영업을 정지한 광장서적 입구엔 '내부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휴업합니다. 빠른 시일 내 정상영업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알림 글이 붙었다.
주인 이씨는 광장서적을 인수할 사람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서점 도매업자는 "이씨가 빈 서점을 지키며 채권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방법을 물색 중"이라고 했다. 광장서적은 이르면 다음 주 책을 재고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서적의 부도로 서울대 인근의 '그날이 오면'을 제외한 대학가 주요 사회과학 서점들은 모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서울대 '아침이슬' '열린글방'은 1990년대 중반에, 연세대 '오늘의 책', 고려대 '장백서원'은 2000년대 초반, 성균관대 '논장'은 2004년, 동국대 '녹두', 중앙대 '청맥'은 2011년에 모두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