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진압 등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도 만취 상태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반 시민들과 벌인 패싸움에서 더 많이 맞은 것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한모(22) 중사 등 부사관 4명을 체포해 헌병대에 인계하고, 군인 2명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술집 주인 김모(28)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 중사와 동료 3명은 15일 오전 4시쯤 서울 광진구 화양동 먹을거리 골목의 한 술집에서 같은 부대 소속 여군 2명과 함께 연말 파티를 가졌다. 한 중사 일행은 옆 테이블에 있는 후배 부사관들을 발견했고, 일행 중 한 명이 옆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는 “한참 어린 것들이 몇 기인데 선배한테 예우도 안 갖추나?”며 눈을 부라렸다.

건장한 체격의 군인들 간에 시비가 붙자 술집 분위기는 썰렁해졌고, 급기야 술집 주인 김씨가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비가 계속되자 화가 난 술집 주인 김씨는 “지금 한창 연말 피크타임인데, 장사를 방해하느냐”며 웃옷을 벗었다. 김씨의 상반신엔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부사관들을 향해 “계속 이러면 다 영창에 넣어버린다”고 윽박질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술집 종업원 9명도 부사관 주변으로 다가왔다. 이들 중에는 권투선수를 포함해 체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여럿 있었다. 이어 특수부대 부사관들과 패싸움이 벌어졌고, 술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손님 30~40명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고, 여군 2명과 후배 부사관 3명이 말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119구급대가 출동해 크게 다친 군인 2명과 머리를 심하게 다친 술집 종업원 홍모(22)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군인들을 모두 헌병대에 인계하고 술집 주인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와 함께 공동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종업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술을 연마한 특수부대원들이라 자칫 민간인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인사불성 상태여서 오히려 더 맞았다”고 전했다.

구속된 술집 주인 김씨는 다친 군인들에게 합의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