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식구처럼 편하니 무대에서도 편한 자세가 나와요. 공연 도중 바지 추켜올리는 일도 예전 같으면 안 했었죠. 하하."
무대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로 불리는 가수 임재범(50)은 인터뷰 내내 곧잘 이웃 아저씨처럼 털털하게 웃었다. 지난 7월 8년 만에 정규앨범(6집)을 발표한 그는 30~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콘서트를 갖는 것으로 올해 활동을 마무리한다. 18일 경기도 고양시 연습실에서 임재범을 만났다.
―올해 모처럼 정규앨범을 냈고 토크쇼도 나오는 등 어느 해보다 왕성하게 활동했다.
"토크쇼처럼 안 하던 걸 하다 보니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재미있었고 오해를 풀 기회도 됐다. 활동이 많아진 건, 이전엔 나만 존재했다면 요즘은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열한 살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개인 욕심보다 가족을 위해 더 활동해야 한다."
―지난해엔 '나가수'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올해엔 그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듯하다.
"아쉽지 않다. 내 직업은 유행과 밀접해 언제든 새 이슈가 나올 수 있어 늘 대중의 관심을 받긴 어렵다. 나도 이제 50대다. 그런 것에 초조해할 나이는 아니다. 이전보다 날카로운 것이 없어지고 있다."
―데뷔 후 지금까지도 '기행(奇行)' '사고뭉치' '불량아'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젊었을 때 현실과 음악 사이의 간극이 워낙 커 방황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런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다. 솔로 데뷔(91년) 당시 가요 프로뿐 아니라 예능 프로에까지 나가야 했을 정도로 스케줄이 많이 잡혔다. 난 스타가 아닌 록 뮤지션을 꿈꿨기에 그런 게 견디기 어려웠고 하소연할 데 없으니 튀어나간 거지. 돌아보면 그때 내 의견을 (소속사에) 얘기해 (잘못된) 방향을 잡을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가요계에 유행이 있어 하고 싶지 않은 노래를 불러야 할 때가 있지만, 참고 묵묵히 걷다 보면 상처는 이길 수 있다고."
―실제 성격은 알려진 이미지와 다르다는 말인가.
"내성적이다. 그런 부분에 가려지지 않기 위해 세게 행동하다가 오해를 부른 적도 있었던 듯싶다. 어느 선까지만 가면 되는데 오버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인간이 덜됐던 거지. 하하하."
―지난해 '나가수' 때도 제작 스태프를 폭행했다는 루머가 있었다.
"두들겨 팼다면 벌 받아야지(웃음). 경연을 준비하던 중 속상한 일이 생겨 소리친 것 뿐인데 사람 하나 입원시킨 것처럼 퍼져 힘들었다. 나가수 대기실 곳곳엔 카메라가 달려 있어 관타나모 수용소에 온 듯한 기분이었고, 많은 이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생긴 일이다. 와전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만이었으면 좋겠다."
―여러 논란에도 '고해' 등 히트곡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임재범 음악의 힘은?
"치밀한 작전이나 의도가 없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싸이의 강남스타일 효과와 비슷한 듯하다. 성공을 의식해 전략을 짜 만들어낸 노래가 아니라 아는 듯 모르는 듯 자연스럽게 부른 노래들이 소문에 소문을 타고 사랑받았다."
―내년 활동 계획은.
"젊었을 땐 프로의식이 결여돼 있었다. 물러나고 피해봤지만 음악은 운명이었다. 유행의 물결이 세지만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 한다. 공연 위주로 활동하겠지만, 힘을 보태 도움될 만한 드라마가 있다면 OST에도 참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