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이례적으로 코레일이 발표한 사고율 등 통계 재분석에 나선 것은 코레일의 통계가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괴리가 크다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KTX의 안전성과 정시 운행률이 세계 1위라고 홍보했을 때 인터넷에선 이의를 제기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철도 전문가들은 "사고율과 정시 운행률은 철도의 안전·서비스와 관련된 핵심적인 통계"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코레일이 과장·왜곡된 통계 자료를 냈다면 승객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 탈선 사고 4건, 건널목 사고 17건이 발생했지만 코레일은 국가철도연맹에 탈선 사고 0건, 건널목 사고 8건이라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이 외에도 사상사고 87건을 누락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2011 공기업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 평가'를 하면서 코레일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반영해 '우수 기관'으로 평가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낸 자료를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철도 전문가들은 "정시 운행률은 나라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 동일 기준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국가철도연맹 기준에 따라 열차가 종착역에 15분 이내에 도착하면 정시 도착으로 본 반면, 독일은 열차가 경유하는 중간역에서도 전부 5분 이내에 도착해야 정시 운행한 것으로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철도연맹은 철도 회사 모임으로, 안전성과 정시 운행률 등을 검증하는 기능이 없으며 별도로 순위를 발표하지도 않는다"며 "코레일이 검증되지 않은 일부 통계를 유리하게 해석해 세계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정부 경영 평가와 국감에 자료로 낸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신력 있는 ERA(EU철도국) 기준에 따라 사고율을 산정할 경우 우리 철도는 EU 27개국 중 영국·이탈리아·독일·스페인에 이어 5위권 수준이며 사망자 수는 14위권"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 기준에 맞는 사고율과 정시 운행률 통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누락한 사고는 국가철도연맹의 보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며 "의도적으로 허위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또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KTX 민영화(경쟁 체제 도입)가 뜻대로 되지 않자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내년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