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후광은 없다!
훈훈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스타 2세가 추가됐다. 아버지를 닮은 잘생긴 외모로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받았던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가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프로게임단 LG-IM의 LOL(리그오브레전드)팀 소속인 차노아(24)를 직접 만났다.
차노아는 배우 차승원이 처음 등장하던 때부터 화제 속 인물이었다. 잘생기고 멋있었던 20대 중반의 모델 차승원에겐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연상의 아내가 있었고, (20대 중반이었던 당시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꽤 자란 아이도 있었다. 이 ‘꽤 자란 아이’가 차노아다. 스타에 대한 애정만큼 그 사랑이 자녀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차노아의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팬들은 잘생긴 외모를 ‘폭풍칭찬’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는 이야기 이후로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던 와중, 차노아가 한국에 들어와 프로게이머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로게임단 LG-IM의 LOL(리그오브레전드)팀 서포터 포지션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승원은 프로게이머가 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차노아 역시 직접 선택한 본인의 일에 만족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아직 프로게이머로서 자리를 잡은 상황이 아닌 데다 LOL 게임 윈터 리그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라 취재가 쉽지 않았지만, 두 번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첫 만남은 LOL의 윈터 리그 게임이 열리던 용산의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두 번째는 게임단의 합숙소에서 이루어졌다. 차노아는 아버지를 빼닮은 잘생긴 외모가 인상적이다. “배우 안 하고 게이머가 되어서 놀랍다”는 사람들의 말이 인사치레는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 유학파 청년, 게임단 입단하다
"6월쯤 입단했어요. 감독님을 직접 찾아가서 들어가고 싶다고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어요."
프로게임단에 들어오는 과정은 쉽고도 어렵다. 어떤 게임이든 일단 두드러지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스포츠와 똑같다. 감독은 잘하는 선수를 끊임없이 찾고, 잘하는 선수는 많은 콜을 받는다. 경쟁체제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다. LG-IM의 강동훈 감독은 차노아 선수가 입단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차노아는 미국에서 7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전공은 비즈니스. 게임과는 무관한 인생이었지만, 당시 '스타크래프트 2'가 미국 방송에 나오던 시기라 취미로 게임을 하던 그도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 종목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던 강동훈 감독 팀이 차노아의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이후 차노아는 강 감독이 LOL팀을 창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제 이메일 주소 알기가 쉽지 않은데.(웃음) 사실 저에게 이메일 보내는 친구가 꽤 많아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이야긴데, 노아의 편지를 보고는 '어, 요놈 봐라.' 했어요. 자신감이 많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더라고요. 인상적인 내용은 '자기를 놓치면 후회할 거'라는 부분. '어, 요놈 봐라.'의 기분 느낄 만하죠?"
강 감독은 당장 전화기를 들어 차노아를 찾았다. 면접을 봤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가장 좋았던 건 게임에 대한 열정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게임에만 올인했던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환경은 다르지만, 꼭 해내고자 하는 의지와 믿음이 남달랐다고 한다.
"모든 걸 쏟아 부어서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공부했던 전공을 포기하겠다면서요. 시간을 줄 테니 부족하지만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버지가 차승원 씨라는 걸 알았죠. 그 타이밍에서 얘를 받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차승원 아들이라 게임 못할 뻔
그게 누구든, 어떤 일을 하든 스타의 자녀라는 사실은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차노아가 프로게임단에 입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동훈 감독은 프로팀인지라 선수가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야 되는데, 다른 걸로 부각이 되는 건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라고 판단했다. 강 감독은 처음에 입단을 허락할 때도 아무도 모르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좋은 성적을 낸 다음,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리자고 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부모님이 반대하시면 안 받겠다고 했어요. 부모님의 반대로 힘들어하는 케이스가 은근 많거든요. 서로 부담스러우니까요. 노아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이 신경이 쓰였죠."
이야기를 듣던 차노아는 "걱정은 하셨지만 반대를 하시진 않았다"고 했다. 실제 차승원은 "아들이 스스로 찾아낸 재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LG-IM에 대해 소개를 해드리고, 좋은 직업이라고 잘 설명해드렸더니, 우승할 수 있도록 잘해보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엄마는 원래 제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찬성이에요. 대신 걱정을 엄청 많이 했어요. 몸 상할까 걱정도 되고, 나이 걱정도 하시고, 여러 가지로 많이 걱정해주셨어요."
잠재력이 강한 기대주
아직은 서포터라는 포지션에 있고, 확실하게 본인의 자리를 잡은 건 아니지만 차승원의 아들이 아닌, 프로게이머로서의 차노아는 어떻게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잘하려고 해요. 게임만 했던 친구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면서 취미로만 했으니까 아직은 더 달려 나갈 때죠. 포지션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다른 게임에서는 톱이나 리드를 했던 친구인데 자기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처음부터 해야 해서 힘든 점이 있을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켜 보고 있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강 감독은 앞으로 세 달은 두고 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정리를 하겠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강 감독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은 더 엄격하게 차노아 선수를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특별히 잘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인데 편견으로 비쳐지면 아깝잖아요. 내부에서 더 엄격하게 열심히 하게 해야죠."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노아 선수의 얼굴에 순간 긴장감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감독님을 많이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승밖에 생각이 없어요."
즐거운 합숙생활, 게임단 맏형
LG-IM의 LOL팀은 합숙생활을 한다. '스타크래프트 2' 선수들까지 합치면 인원이 많지만, LOL팀은 코치까지 일곱 명으로 단출한 규모다. 프로게임을 시작한 시기도, 실력도, 나이도 제각각 달라서 불편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체생활을 해와서 불편함은 거의 없어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음식도 건강하게 맛있게 나오고, 숙소도 항상 깨끗하고요. 단체로 하는 일 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청소도 있는데요. 역할 분담도 하고,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본인보다 어린 동생들이라서 융화되기가 쉽지 않았단다. 낯선 환경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뭐든지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나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화는 아니지만,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아우르고 중재할 순간이 꽤 생긴다. 이때마다 차노아는 소란하지 않게 상황을 잘 정리한다고 한다. 강 감독은 앞으로도 차노아가 형으로서 그런 역할을 계속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식 팀원이 된다면 그런 역할을 맡길 생각을 하고 있단다.
목표는 오직 우승, 프로게이머의 길 계속 걸을 것
차노아 선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평가하기는 "한번 이거다 싶으면 적극적이긴 한데, 결단을 잘 내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프로 입단이 그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말이다.
"게임은 취미로 하다가 본격적으로 하면 완전히 다른데요. 이왕 시작한 거 우승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제 팬이요? 아직 많진 않죠.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스타 아버지를 둔 자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때론 부담이 될 것이다. 그 관심에 기대어 쉽게 인생을 걸어가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채 뚜벅뚜벅 걸어가는 프로게이머 차노아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강 파워, LG-IM의 LOL팀을 만나다!
자욱한 담배 냄새, 컴퓨터가 줄줄이 놓여 있는 PC방의 풍경을 떠올리며 방문한 LG-IM의 합숙소는 놀랍게도 쾌적한 장소였다. 최신식 컴퓨터가 세팅되어 있는 연습실에는 본인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멋진 프로 선수들이 있었다.
신생 명문 LG-IM의 'LOL(리그오브레전드)'팀
차노아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LG-IM은 '스타크래프트 2'의 명문 게임단과 LOL팀이다. '라일락' 전호진, '파라곤' 최현일, '미드킹' 박용우, '링트럴' 정윤성, '라이비' 차노아로 구성됐고 강동훈 감독이 이끈다. 지난 5월 창단한 신생 팀이지만, 현재 리그 2위를 달리면서 존재감을 뽐내는 무서운 저력을 갖춘 팀이기도 하다.
국내에 '리그오브레전드'이라는 게임이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강동훈 감독은 LOL팀 창단을 준비하면서 에이스들을 물색했다. 당시 국내 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라일락' 전호진 선수를 기점으로 실력파들을 모았고, '미드킹' 박용우, '링트럴' 정윤성을 합류시켰다.
"감독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는데 당연히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고요. 합숙생활을 하니까 연습시간을 맞출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서포트를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들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게임을 좋아했다.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선택할 때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여섯 명 모두 자기가 정말 잘하고 원하는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자들끼리 생활하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니까 오프라인에서도 아이디를 부르면서 소통하는 데, 그래서 열여덟 살 최현일 선수도, 스물네 살 차노아 선수도 서로 닉네임으로 부른다. 익숙한 문화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친 반말로 울컥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는 것이 형들의 공통적인 발언이다.
목표는 우승
강동훈 감독은 지금 LG-IM은 포지션을 계속 바꿔가면서 자리매김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직은 성적의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팀원 각자가 경쟁력을 갖춘 실력파라고. 중간 이하의 성적으로 시작했던 LG-IM은 현재 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상황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면,이들의 잠재력은 더욱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미래는 굉장히 밝아요. 잠재력이 있는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프라인 시장이 형성되었고, 고정적인 유료 관객들이 갖춰질 정도로 점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미래 산업도 굉장히 많고요. 자유로운 영혼인 우리 선수들도 LOL에서 더욱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거예요."
게임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LOL팀의 신화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11월 16일 용산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올림푸스 LOL 더 챔피언스 윈터 12강전을 앞둔 동료들과 상황을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