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李正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사흘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후보는 1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민주·개혁 세력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날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TV토론’은 박근혜(朴槿惠)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文在寅)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兩者) 토론으로 열리게 됐다.
◇이정희 후보 사퇴는 예상됐던 일
이정희 전(前) 후보는 앞선 1·2차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말을 하는 등 시종일관 박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를 두고 대다수 정치평론가는 "이정희 후보는 사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이 전 후보 자신도 출마 이유를 "박 후보 낙선"이라고 밝혔고, 이 전 후보가 박 후보의 대항마인 문 후보에게 갈 수 있는 야권 성향 유권자 표를 잠식했다는 야권 진영의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1%는 표로 환산하면 40만표에 해당하는데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39만표 차로 당선된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기에 (이 후보의) 사퇴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조해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 직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文, 대놓고 반기기엔…
문 후보 측은 이 전 후보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전 후보 사퇴 후 "이정희 후보의 사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정으로 본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새 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문 후보 측이 이 전 후보의 사퇴를 두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통합 진보당의 ‘종북(從北)’ 이미지를 수용하는 것을 문 후보 측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4·11 총선 전후(前後)로 ‘여론조사 조작 파동’과 ‘종북(從北) 논란’을 일으키며 집중포화를 맞은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할 경우,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과 공동 전선(戰線)을 구축하며 압승(壓勝)을 예상했던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153석)을 내주며 패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통합진보당과의 ‘묻지마 연대’에 대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과거 종북 행적이 알려지면서 통합진보당과의 ‘거리 두기’는 계속됐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전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의 사퇴가 문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정희 후보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 국민이 그대로 평가하실 것이다. 우리가 유·불리 따질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가 친일, 유신세력의 집권은 대한민국이 절망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