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지도 어느덧 20일이 지났다. 그동안 수험생의 마음은 롤러코스터마냥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다. 수능만 치르고 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막상 정시 지원을 앞두고 보니 '학과(대학) 선택'이란 더 큰 산에 가로막힌 형상에 놓였기 때문. 대체 어떤 기준으로 학과·대학을 골라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지난해 정시 전형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12학번 선배 3인의 조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주변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학과' 중심으로 선택을 ㅣ고봉기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1년
고봉기씨는 지난해 정시 지원 당시 '대학'보다 '학과'를 중심으로 지원 전략을 짰다. 관심 분야인 생명과학 관련 학과를 놓고 합격 가능성이 큰 곳부터 모색한 것. 그는 "대학 내 학과 위상, (학과에 대한) 대학 측 지원 정도까지 일일이 따졌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최대 8년 이후까지 고려한 지원 전략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학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수진의 연구 분야와 국제적 활약상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유전공학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이 주된 고려 대상이었죠. 그런 면에서 인하대는 연구용 건물이 따로 있을 정도로 시설이 훌륭한 데다 대학원까지의 연계 교육이 탄탄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고씨는 고교 재학 당시 수시 전형에 지원했어도 손색 없을 정도의 비교과활동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다소 낮은 내신 성적 때문에 정시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과 출신치곤 수학·과학 교과 성적이 낮은 점 역시 마음에 걸렸다. 그는 “생명과학계열 학과는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합격 커트라인이 높아 신중한 지원 전략이 필요했다”며 “그 때문에 정시 전형의 문을 두드리면서도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이 작거나 수능 성적을 100% 보는 전형을 주로 노렸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고씨는 합격 당시 성적 우수자로 선발돼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정시 지원을 앞둔 후배들에게 “‘앞으로 4년간 이 학과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부터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학생 자신보다 부모·교사·친척 등 주변에서 ‘대학(학과) 이름’에 더 미련을 갖곤 해요. 주위 여론에 흔들리기보다 정말 가고 싶은 학과를 소신껏 선택하길 바라요. 정시 지원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앞서 대학에 진학한 선배 등 다양한 이들의 경험담에 귀 기울이세요. 그럼 자신의 앞길도 보일 겁니다.”
외고에서 공부한 중국어·일어가 큰 도움 돼 ㅣ윤예슬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외식경영 전공 1년
윤예슬씨는 고 2 말 무렵, 학과 탐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외식경영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재학 중 (외식기업) 인턴 780시간 이수' 등 실무 중심 교육과정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 학과명은 '외식경영'이지만 재무·회계·경제·경영 분야 강의를 두루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졸업 직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 Hospitality)와 숙명여대 학사 학위를 동시에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학과 선택에 영향을 끼친 또 하나의 요소는 ‘어학 능력’이었다. 르꼬르동블루외식경영 전공은 3개 외국어 공인어학성적을 받아야 졸업이 가능하다. 전공 수업도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다. 대구외국어고를 졸업한 윤씨는 고교 시절 영어 외에 일본어·중국어를 공부한 경험이 있어 다른 지원자보다 한결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는 “수능 언어·외국어 영역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숙명여대는 인문계열에서 2개 영역 반영률을 각 30%로 정해 내심 합격을 기대했다”고 귀띔했다.
입학 후 1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내리는 학교생활 평가는 ‘매우 만족’. 1학기 땐 학과 수석도 차지했다. 그의 마음을 가장 끄는 건 흥미로운 수업 내용이다. 예컨대 ‘요리학 개론’ 강의는 르꼬르동블루 출신 셰프의 요리 시연 등 실습이 주를 이룬다. 그는 “우리 학과의 경우, 재학생별 지도 교수가 배정돼 있다”며 “학업·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지도교수에게 1대 1 상담을 신청, 장기적 학습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입학 당시엔 CJ 등 외식 관련 대기업 취업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면서 해외 대학원 진학을 꿈꾸게 됐죠. 요즘은 고교 시절 배운 3개 언어 외에 프랑스어 학습 계획까지 세우며 호스피탈리티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고기획자' 꿈 이룰 수 있는 전공 골랐어요 ㅣ이예랑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1년
이예랑씨의 꿈은 광고기획자다. 고교 미술시간에 광고 제작 실습에 참여하며 '대중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는 직업'이란 점에 매력을 느꼈다. 정시 지원 시에도 그 꿈을 바탕으로 전공을 택했다. 고 3 때는 물론, 재수생 시절에도 동일 학과에 지원했을 정도로 목표가 확실했다. "우리 학과는 문·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해요. 실제로 재학생 분포를 봐도 문·이과생 비율이 엇비슷하죠. 미디어공학·문화예술 콘텐츠와 관련, 융합형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재학생이 서로 도와가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에요."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매년 학술제에서 △콘텐츠 분석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3D △게임기획·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의 공모전을 개최, 재학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수능 당시 언어와 수리(‘나’ 형)영역에서 각각 1등급을 받았다. 반면, 문과계열 학과가 비중있게 반영하는 외국어영역 성적은 비교적 저조했다. 그는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에선 언어·수리 영역을 각 30% 비중으로 높게 반영하는데,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고 귀띔했다.
가톨릭대는 정시 우수 합격생을 겨냥한 장학제도가 많은 편이다. 이씨 역시 ‘수능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중) 2개 영역 1등급’의 성적을 거둔 덕분에 4년 전액 장학금(사랑장학)을 받았다. 그 밖에 △노트북 무상 지급 △교환학생(자격자) 선발 시 우선권 부여 △방학 중 단기(1회) 해외연수 경비 지원 △본교 대학원 진학 시 2년간 등록금 지원 등의 혜택도 챙겼다. “정시 전형에 지원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희망 진로’부터 고려해야 해요. 대학에 와보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학교 생활이 확연히 차이 나거든요.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싶다면 ‘대학 명칭’보다 ‘학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