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민이 올해의 한자로 '색(色)'자를 뽑았다고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연합조보(聯合早報)가 11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를 설명하는 한자'를 선정하는 3주간의 독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색(色)'자가 줄곧 선두를 지키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求時報)는 이날 "청렴하고 엄숙한 싱가포르 이미지를 떠올리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올해 싱가포르는 각종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선 해군장교·교장·교사·기업가 등 60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에는 대형 영화사 창업주의 손자, 해외 투자은행 대표 등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싱가포르에서 매춘은 불법이 아니지만,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는 엄격하게 처벌한다.
이어 6월에는 민방위대 전직 대장이 민간업체로부터 '성(性)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9월에는 마약단속국 전직 국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싱가포르 매체들은 "최근 20년 사이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가장 엄중한 부패 사건"이라고 썼다.
연합조보는 "대학교수가 여제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고, 여교사가 미성년자인 남자 제자와 성관계를 갖는 등 올해 교육계 인사들의 '섹스 스캔들'이 유달리 많았다"고 전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해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5번째로 청렴한 국가로 평가했지만, 올해 빈번하게 터진 각종 성추문이 이런 평가에 먹칠을 했다는 분석이다.
연합조보는 색(色) 자가 올해의 한자로 선택된 사실을 전하면서 "지위가 높고 먹고 살 만할수록 음탕한 생각을 하게 되는가?" "(성 추문이 빈발하는) 이런 사회는 치료가 어려운 단계 아닌가?"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국민은 인플레이션과 불경기가 겹친 상황에서 '창(漲·물가 상승)' 자를 '2011년 한자'로 선택했다. 올해는 색(色) 자와 함께 개(改·개혁), 노(怒·분노), 책(責·책임), 덕(德·도덕) 등이 '2012년 한자'의 후보군에 올랐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