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영화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도둑들’과 ‘광해’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두 편이나 연달아 나왔으며, ‘다른나라에서’와 ‘돈의 맛’은 칸 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됐고, ‘피에타’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이나 고루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한 상반기 ‘부러진 화살’을 필두로 개봉한 사회비판적 메시지의 영화들은 하반기 ‘남영동1985’, ‘26년’ 등으로 연결되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건축학개론’, ‘러브픽션’, ‘내 아내의 모든 것’처럼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활약도 두드러졌으며 ‘화차’와 ‘은교’등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개성 넘치는 영화들의 출연 역시 상업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영화사 최초 영화관객 1억 명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한 2012년, 관객들을 울고 웃겼던 명장면 명대사 10개를 꼽아봤다.
명장면
1.최고의 오프닝 : 2012년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는 '007스카이폴'의 오프닝이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오프닝을 본 것만으로 표 값이 아깝지 않다거나, 오프닝을 보기 위해 영화를 한 번 더 보겠다는 관객들까지 있었을 정도. 아델의 '스카이폴'에 맞추어 폭포에 떨어진 제임스 본드가 누군가의 커다란 손에 의해 끌려 들어가는 듯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시퀀스는 약 4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다양한 상징들을 사용해 제임스 본드의 고뇌와 영화 전반의 복선을 그려낸다.
2.여운남는 엔딩 : '늑대소년'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순이를 위해 눈사람을 만드는 철수의 모습은 영화를 보며 펑펑 눈물을 흘렸던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잔잔한 목소리로 '나의 왕자님'을 부르는 박보영의 목소리 역시 인상적. 여성 관객들에게 송중기는 영원히 늙지 않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는 늑대소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3.최고의 액션신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다크 나이트'와 같은 영화를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뒤통수(?)를 날린 작품이 됐지만, 창의적이고 화려한 액션신으로 많은 명장면을 남겼다. 마지막 20분 배트맨의 병기들이 총 등장하는 숨 막히는 최종전투장면이 압권. 또한 비행기 위에 거대한 비행기가 함께 날다가 특수요원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와 비행기를 공중에서 건져 올리는 장면이나 피츠버그의 하인즈 워드가 달려오는 뒤로 미식축구 경기장이 무너지는 모습 등 CG같지 않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아찔하고 창의적인 액션신이었다.
4.최고의 러브신 : '건축학개론'. 수지와 이제훈 열풍을 불게 한 이 영화를 뺄 수 있을까. 상반기에 개봉해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이젠 버틸 수 없다고~"로 시작되는 김동률 특유의 저음이 돋보이는 '기억의 습작'을 듣는 두 남녀의 모습은 90년대 학번 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첫사랑 감성을 자극하며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도둑들'에서 안타까운 중년의 로맨스를 보여줬던 김해숙과 임달화의 최후도 첫사랑 아닌 마지막 사랑의 짙은 여운을 남겼다.
5.소름끼친 공포신 : '피에타'. 김기덕 감독의 영화답게 묵직한 주제의식 뿐 아니라 곳곳에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장면으로 충격적인 영상을 만들어냈다. 그 중 압권은 강도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마지막 장면. 피를 흘리며 트럭을 따라가는 강도의 모습은 씁쓸함과 함께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상반기 '화차'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그러한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피칠갑을 한 모습으로 뺨을 때리던 김민희의 소름끼치는 모습 역시 충격적인 공포신.
명대사
6.'범죄와의 전쟁' 하정우 "살아있네~" :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보스 최형태(하정우)가 다방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며 하는 말. 이후 최익현도 이 말을 쓰며 영화의 반복되는 대사 중 하나가 됐다. '끝내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반기 극장가 최고 유행어로 등극했다.
7.'건축학개론' 조정석 "어뜩하지 너?" : 영화 속 납뜩이(조정석)는 스타일의 스자도 모르는 승민에게 헤어 무스 사용법을 알려주며 "어뜩하지 너?"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이 대사는 단지 이 장면 뿐 아니라 영화 내내 승민을 바라보는 납뜩이와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외에도 납뜩이는 "그럼 뭐할까? 아구창이라도 날릴까?" 등의 어록을 남겼다.
8.'은교' 박해일 "너희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닌 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박범신 작가의 동명 원작 속에 있는 이적요 시인의 대사이기도 한 이 말은 보는 소녀를 사랑하는 70대 노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돼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모든 인간이 늙어가듯, 관객들로 하여금 늙어가는 것에 대한 회한을 느끼게 했던 명대사였다.
9.'광해, 왕이된 남자'의 이병헌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예,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곱절 천곱절 더 중요하단 말이오!" : 아픈 왕을 대신해 궁에 들어가 왕 노릇을 하게 된 하선(이병헌)은 어느덧 백성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진짜 왕의 모습을 갖추어 가게 된다. 백성들의 목숨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사대의 예만 강조하는 신하들에게 화가 난 하선은 자신의 신분도 잊고 촌철살인 같은 대사들을 던지며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 밖의 하선의 명대사는 "임금이라면, 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거 웬만하면 궐내에서는 임금과 신하 정도는 구분토록 합시다" 등의 해학과 감동이 담긴 것들이 많다.
10.'도둑들'의 김윤석 "여자는 치마는 짧고 머리는 길어야 돼" : 마카오 박 김윤식이 예니콜 전지현에게 던진 말. 객석에 앉아 이 말을 듣던 많은 남성들은 120% 공감 마음속 깊은 공감을 느꼈다. 즐거운 영화인만큼 도둑들은 다소 가볍지만 재치있는 대사들로 인기를 끌었다. 김윤식의 대사 외에도 전지현이 펩시 김혜수를 보고 뱉은 "어마어마한 썅년 같은데", 펩시의 오랜 삶의 지혜가 담긴 "도둑이 왜 가난한지 아니? 비싼 것 훔쳐 싸게 팔잖아" 등의 명대사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최동훈 감독 특유의 대사들을 제대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