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회사원 안모(30)씨는 “저희가 만남 업소인데, ㅈㄱ(조건만남) 하실 건가요? 롱(긴 시간)은 30만원, 숏(짧은 시간)은 20만원”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안씨가 카카오톡 ‘친구찾기’ 메뉴에서 낯선 여성을 발견, 친구로 등록하자마자 날아온 메시지다. 안씨는 “비슷한 메시지가 뜰 때마다 차단하고 있지만, 금세 또 다른 아이디가 성매매 흥정을 걸어온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음란물 유통과 성매매 정보 유포의 새로운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메신저는 무료여서 비용 부담이 없고, 채팅 형태라 기록도 일주일 안팎만 남는 데다 한 번에 최대 100여명에게 메시지를 뿌릴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성매매 광고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성매매 광고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참여한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100명 정도를 모아놓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음란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만약에 방을 나가면 다시 불러서 일종의 '음란광고 감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메시지를 통한 '성매매 선(先)입금 사기'도 기승이다. 성매매를 제안한 뒤 예약금 명목으로 10만원 안팎을 건네받는 수법이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 '카톡 조건'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조건만남(성매매)을 하겠다는 카카오톡 아이디 10여개가 한 페이지에 뜬다. 본지 기자가 해당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를 걸자, 이들은 어김없이 예약금 10만원을 요구했다.
지난 10월에는 이처럼 카카오톡을 이용, 최소 500여명을 대상으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성매매 선입금을 뜯어낸 조선족 신모(26)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무작위로 성매매를 제안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 선입금 명목으로 10만원씩을 입금받는 수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은 손님이 아가씨를 때리는 경우가 있으니 보증금을 내고, 나중에 아가씨가 돌아갈 때 돌려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면서 "한 남성이 600만원까지 입금한 경우도 있는 등 최소 500여명의 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모바일 메신저에 뿌려지는 음란물과 성매매 광고를 적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사람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형태로 성매매 흥정을 할 경우, 사전에 이를 감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뿌려지는 음란물이나 성매매 광고를 사전에 막으려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대화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일대일 통신매체 수단인 모바일 메신저를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성매매를 감지하더라도, 단속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 선입금 사기는 거의 100%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공병철 한국사이버감시단 대표는 “대형 모바일 메신저 업체의 경우는 가입자만 6000만명(해외 가입자 포함)이 넘기 때문에 온 국민이 음란물과 성매매 사기에 그대로 노출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미성년자들이 이를 접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단속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