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의 순둥이 배우 엄태웅이 장가간다. 상대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발레리나 윤혜진 씨. 누나 엄정화의 소개로 만났고 결혼식은 내년 1월 9일로 잡혔다. 신부의 아버지는 원로배우 윤일봉 씨.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훈장을 받아 경사가 겹쳤다. 시상식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가 엄마 닮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여자도 아빠를 닮은 남자에게 끌리게 되는 것일까. 영화배우 윤일봉의 딸 발레리나 윤혜진 씨가 영화배우 엄태웅과 화촉을 밝힌다. 엄태웅은 <1박2일>을 통해 그 사실을 처음 알렸다. 키우는 강아지와 매번 함께 사진을 찍던 서른여덟 순수남이 이제는 어엿이 예비 신부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공개했다. 다섯 살 연하의 프리마돈나는 현재 임신 6주 상태. 신부의 몸 상태와 신랑의 드라마 촬영 날짜를 감안해 결혼식은 내년 1월 9일로 정했다.

엄정화가 소개해준 6월의 어느 날, 그 후
숫기 없는 동생이 누나 엄정화에게는 늘 걱정이었다.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동생 이야기를 하다가, 지인의 친한 동생 중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태웅과 윤혜진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누나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누구 좀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만났다. 첫 자리는 어색했다. 처음엔 차가워 보여서 나와 안 맞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엄태웅, 결혼 발표 후 인터뷰 중)

소개받은 사람은 발레리나 윤혜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재원이다. 발목 재활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안 소개를 받게 됐다. 엄태웅의 첫 연예계 데뷔도 누나가 다리가 되어주었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우직하게 제 길을 가는 그의 뚝심은 연애에서도 발휘됐다. 주선한 누나조차 빠른 결혼 소식에 놀랐을 정도다. 엄태웅은 두 번째 만남에서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한다.

"소개받고 다음 날부터 만났는데 좋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10년 동안 발레단 생활을 해서인지 상대를 편안하게 해준다. 아버님(원로배우 윤일봉)도 배우를 하셨고 곁에서 어머님이 해오신 걸 보고 자라서인지 내 직업이 어떤 건지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다. 발레는 연기보다 더 고차원적인 연기이다 보니 연기자로서도 나를 이해해준다. 같이 수상스키를 자주 탔는데 재미있어 하고 욕심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다 싶더라."

엄태웅·윤혜진 커플의 결혼 소식에 놀란 건 시청자만이 아니다. <1박2일> 멤버들도 적잖이 놀랐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사귄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결혼을 발표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엄태웅은 김승우와 이수근의 가정적인 모습, 차태현의 집에 놀러 가면 뛰어나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빨리 해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태현이 부부와는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시경이도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했고. 종민이도 함께 만났다. 신부가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동료들이나 옛날 친구들을 만나도 편하게 잘 대하더라. 그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공개 데이트에 대해 부담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가고 싶은 곳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보냈다."

프러포즈할 때도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늘상 오가는 길목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멋없이' 했다. 6월 25일에 만나 10월 31일에 프러포즈. 넉 달 만의 일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여자친구의 집이 경기도 용인인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성남에 있는 율동공원 주차장의 차 안에서 했다. 꽃다발을 준비해서 결혼하자고 했다.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했다."발레리나 윤혜진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였다. 그 후로는 모나코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무용가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차가운 팜므파탈도, 섹시한 카르멘도 가능한 다재다능한 무용수였다. 엄태웅을 만난 건 모나코에 갔다가 발목을 다쳐서 얼마 전 재활치료를 위해 잠시 한국에 왔을 때였다. 재활을 마치고 모나코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무용수로서는 좋은 기회가 열려있었다. 엄태웅이 결혼을 서두른 건 그래서다.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때 예비 신부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됐다. 엄태웅은 새해에 드라마 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촬영 전인 1월 초로,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인생의 고아를 면하게 해주어 고맙다
"존경하는 선배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결혼은 인생의 고아를 면하는 것'이라고요. 인생의 고아를 면하게 해줘서 (신부에게) 너무 고마워요. 당신도 처음 가는 길이라 두렵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할게. 못난 나를 선택해주고 항상 멋있게 봐줘서 고마워." (엄태웅, <1박2일> 중)

보내고 싶지 않으면 결혼해야 하는 거라고 옆에서 이수근이 거들었다. "그게 사랑이야."라면서. 시누이인 엄정화가 소개한 사람이니 일단 시집살이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겠다. 더구나 엄태웅의 어머니도 새 신부를 마음에 들어 해, 만나자마자 침대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을 정도라고 한다.

원로배우 윤일봉

"일단 두 사람이 좋다고 하니 저도 좋습니다. 저 역시 배우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사위와 이야기가 잘 통할 거 같아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힘든 직업이 배우예요. 지금 그 길을 잘 걷고 있으니, 앞으로 어려움이 오더라도 잘 이겨내리라 믿어요."

알려진 대로 윤혜진의 아버지는 영화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원로배우 윤일봉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4년부터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 , , , 등 2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해 한국 영화의 산 역사가 됐다. 딸을 보내는 아버지 마음이야 어찌 서운하지 않겠는가. 영화계에 세운 공이 커 '2012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 훈장을 받는 자리, 윤일봉 씨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다. 시상식은 11월 19일 올림픽홀에서 있었다. 함께 훈장을 받는 김수현 작가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배우 윤일봉이 보였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풍채가 좋고 매끈한 혈색을 가지고 있는 노신사였다. 

훈장 수상 축하드립니다. 1월에는 혼사를 앞두고 계신데 경사가 겹치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좋은 일이 자꾸 생기니 감사하네요.(웃음)

막상 따님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섭섭하진 않으세요? 섭섭하긴. 좋은 제 인연을 만나 가니 기쁘죠. 앞으로 잘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위가 될 엄태웅 씨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일단 두 사람이 좋다고 하니 저도 좋습니다. 저 역시 배우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사위와 이야기가 잘 통할 거 같아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힘든 직업이 배우예요. 지금 그 길을 잘 걷고 있으니, 앞으로 어려움이 오더라도 잘 이겨내리라 믿어요.

따님 역시 훌륭한 발레리나인데요. 결혼 후 활동계획은 정해졌나요?

발레리나로 계속 모나코에서 활동할 것인지, 결혼을 우선하고 활동을 계속할 건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심사숙고해서 결정했으니 잘되겠지요. 결혼도 인생에서는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요. 

결혼 준비는 잘되고 계신지요. 1월 초라 시간이 얼마 없어요. 상견례도 해야 하고. 겸손하고 소박하게 치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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