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훈련장에서 서바이벌 장비를 사용하며 훈련을 하고 있는 예비군들.

예비군 6년차인 직장인 김모(28)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하는 예비군 훈련에 일부러 불참했다. 훈련이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라 업무를 마치고 갈 수 있었지만 예비군 중대에 '깜빡하고 군복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대신 김씨는 두 달 뒤 서울 근교의 군부대에서 하루 종일 보충 훈련을 받았다. 김씨는 "회사 훈련에 갈 수 있었지만 일은 일대로, 훈련은 훈련대로 받기 싫었다"며 "부대에서 받는 훈련이 번거롭지만 대신 출근해서 일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일부 직장 예비군이 예비군 훈련을 업무 회피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고 일부러 멀리 떨어진 군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다. 직장 예비군의 경우 보통 군부대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매년 1~2회 훈련을 받는데, 두 차례 참석을 미룰 수 있고 나중에 회사나 군부대에서 보충 훈련을 받으면 된다.

서울의 한 직장 예비군 중대장은 "일하기 싫어 훈련을 미루고 부대 보충 훈련을 받는 인원이 직장마다 2~3명씩 꼭 있다"며 "속이 뻔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직장 예비군의 취지 중 하나가 회사 업무와 예비군 훈련을 좀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소수 인원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6만4179명이 예비군 훈련에 무단 불참해 벌금형(6만62명)과 구류 처분(1457명), 과료 처분(2260명)을 받아 전과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