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전문 연예인'의 시대다. 최근 들어 예능과 정보를 합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생기자, 한 연예인이 1주일에 2~5개 프로그램에 패널로 겹치기 출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패널은 재미난 리액션을 보이거나 이야기를 던져 프로그램에 활기를 주는 일종의 '프로그램 속 양념'. 그러나 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제작자들이 쓰고 싶어하는 패널은 십여 명뿐이다.

①패널계의 스타

본지가 지난 한 주(19~25일) 준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연예인 패널을 집계한 결과 개그우먼 김지선이 5회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탤런트 조형기와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4회, 방송인 붐과 개그우먼 이경애가 각각 3회였다. 탤런트 선우용녀, 방송인 박경림·조영구·김나영, 개그우먼 팽현숙·정주리, 아이돌 가수 광희, 양재진 정신과 전문의 등이 2회. 한 지상파 PD는 "새롭지는 않아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사람들"이라며 "조형기·김지선·이경애 등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치고 나오는 스타일이고, 붐·광희 등은 말을 많이 해 양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②어떤 역할을 하나

프로그램의 '안전판' 역할이 가장 크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장황하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기회가 왔을 때마다 꼬박꼬박 '안타'를 쳐주며 '살신성인'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패널의 역할"이라고 했다. 따라서 별도의 지시나 대본 없이, 갑자기 시작된 댄스 타임에도 무작정 몸을 흔들어야 하며, 게스트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들이대는 설정'을 수행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즉흥적으로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고정 패널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KBS 박중민 예능국 EP)는 이야기다.

③조건은 무엇?

순발력과 적응력이다. TV조선 '속사정'의 조상범 PD는 "순발력이 뛰어난 개그맨들이 패널을 잘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며 "순발력이 있으면서도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얘기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패널에 알맞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그우먼 김지선이 나와서 출산 경험을 이야기하고, 정주리가 남자 연예인에게 들이대고, 붐이 원숭이 춤을 추는 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게스트의 이야기에 얼마나 잘 공감하는지, MC와 호흡은 잘 맞는지, 방송 타깃 시청자의 나이대와 맞는지 등도 중요 조건.

④출연료는?

조형기, , 조혜련 등 A급 패널은 회당 300만~4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패널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대부분 회당 100만~2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반면 인지도가 약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한 번 출연에 30만~50만원을 받는다.

⑤겹치기 출연은 왜?

한 제작사 예능 PD는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을 확보하려면 친근하면서 잘하는 패널이 필요하다. '저 사람이 여기도 나오네' 하면서 보는 시청자도 있기 때문에 한 번 검증된 패널을 또 쓰게 된다"고 했다. 한 지상파 예능국 관계자는 "40대 이상 시청자는 대개 새로운 인물보다 이미 잘 알려진 동년배 고정 패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패널을 겹치기 출연시키면 프로그램이 저마다 가진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식상한 출연자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결코 일류 프로그램이 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