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별난 응원을 펼치는 구단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둥둥둥둥… 북소리를 신호로 마칭밴드가 장엄한 인디언 승전가를 연주하면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에~ 에헤헤~ 에헤헤~ 둥둥둥둥" 한목소리를 낸다. 이른바 '토마호크 찹(Tomahawk Chop)' 이벤트다. 토마호크는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손도끼다. 홈팬들은 도끼를 잡는 시늉을 하고는 음악에 맞춰 오른손을 위 아래로 흔들어댄다.

상대팀 선수들의 목을 '찹' 곧 찍어내는 모습을 연출해 섬뜩하기조차 하다. 일부 극성팬들은 진짜 토마호크를 숨겨 들어오다 보안요원에 걸려 퇴장당하기도 한다. 강팀과 맞붙는 경우는 구단 측이 스티로폼으로 된 토마호크를 공짜로 나눠주며 열띤 응원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디언들에게 토마호크는 수백년 한의 역사를 담고 있다. 처음엔 짐승의 뼈 또는 단단한 돌 따위로 만들었다. 사냥할 때나 조상의 혼을 달래는 제사용품으로 사용해 성물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이 살상무기가 된 것은 백인들이 신대륙으로 몰려오고나서부터. 쇠로 된 도끼날을 주고는 식량과 맞바꿨다.

미국 정부의 토벌작전이 벌어지자 원주민들은 토마호크를 무기로 삼아 맞섰다. 근접전에서는 위력을 발휘해 이후 미군에도 널리 보급됐다. 특히 정글전에서 유용해 베트남전 때 토마호크 제작사들이 특수를 누렸다는 기록도 있다. 미 해군의 최첨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수백마일 떨어진 곳의 적진을 박살내 '토마호크 찹'의 또다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6일 선거에선 '토마호크 찹'이 네거티브로 사용돼 파문이 일었다. 매사추세츠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스캇 브라운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도전자 엘리자베스 워렌을 토마호크로 내리찍는 퍼포먼스를 벌여 비난이 들끓었다. 브라운 측은 워렌의 조상이 인디언이라며 거리에서 참수형 쇼를 벌인 것이다. 조상 덕분인지 워렌은 브라운을 물리치고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다.

'토마호크 찹'은 19세기 말 백인들이 인디언의 야만성과 폭력 성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꾸며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럽인이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인디언 인구는 1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살육과 박해로 1900년에는 3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센서스 결과 현재는 거의 100만명으로 집계되지만 인디언 피가 8분의 1만 섞여도 원주민으로 분류해 이 정도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 사과는 10여년 전 연방내무부 산하 인디언 담당국장이 부서 창립 175주년을 맞아 발표한 것이 전부다. 흑인은 남북전쟁 직후 시민권이 부여됐으나 인디언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미국인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대륙의 원주인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태평양 전쟁 때 잠시 수용소에 감금됐던 일본계도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함께 보상금을 받아냈다. 인디언들에게는 그러나 고작 정부의 국장 명의로 사과했을 따름이다. 대통령이나 의회가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 것은 아마 '인종청소'라는 비난을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2일(현지시간)은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영어로는 'Thanksgiving Day' 곧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다. 400여년 전 인디언들은 유럽에서 갓 도착한 백인들과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며 호의를 베풀었다. 곡식을 추수한 날 백인들이 사은의 표시로 인디언들에게 잔치를 베푼 것이 추수감사절이다.

그런데도 '토마호크 찹' 등 인디언 경멸 이벤트가 아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오늘따라 인디언들의 초혼가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