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기자] '홍대갈(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 트리오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클린업트리오 가운데 하나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존속됐던 롯데 자이언츠의 3-4-5번 타자로 두산 베어스의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 삼성 라이온즈의 '이마양(이승엽-마해영-양준혁) 트리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9년 클린업트리오의 한 명이었던 홍성흔이 시즌 막판까지 타격왕 경쟁을 벌인 가운데 '홍대갈' 세 명은 타율 3할8리 69홈런 248타점을 합작했다. 덕분에 롯데는 시즌 막판 삼성을 제치고 4위로 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0년은 '홍대갈' 트리오의 전성기였다. 7관왕 이대호와 그에 못지않게 페이스가 좋았던 홍성흔, 그리고 한 방을 갖춘 가르시아까지 피해 갈 타순이 없었다. 3명의 타율은 3할2푼4리, 96홈런 332타점을 함께 올렸다. 클린업트리오에서 평균 30홈런-100타점이 나온 것이다.
역대 최고의 파괴력을 보여줬던 '홍대갈'은 2011년 가르시아가 팀을 떠나면서 와해됐다. 그와 동시에 홍성흔 역시 전반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겪은 가운데 이대호만 이름 값을 했다. 그리고 2012년, 이번에는 이대호가 빠져나가며 '홍대갈' 가운데 홍성흔 한 명만이 팀의 4번 타자로 자리를 지켰다. 확연하게 약해진 타력과 함께 롯데는 고군분투 끝에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결국 '홍대갈'의 마지막 생존자인 홍성흔마저 롯데를 떠나게 됐다. 두산은 19일 홍성흔과 4년 31억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홍성흔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계약기간에 이견을 보여 결렬된 바 있다. 현재 롯데의 팀 이미지인 '화끈한 타력'을 상징했던 '홍대갈'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가 떠난 뒤 변신을 시도했다. 작전 수행능력을 기르고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를 강조하는 등 세밀한 야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큰 경기에서 작은 차이로 승부가 결정난다고 판단한 결과다. 올해 롯데는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상위시리즈 진출에 성공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큰 변신을 해야 한다. 4번 타자 홍성흔이 빠진 것뿐만 아니라 톱 타자 김주찬까지 FA 계약을 통해 KIA로 이적했다. 이대호 한 명이 빠져나갔던 올해보다 어쩌면 내년이 롯데 타선에는 더 큰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과연 롯데 타선은 2013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공격력 약화에 발맞춰 올해보다 더욱 세밀한 야구를 할까, 아니면 다시 통 큰 야구로 돌아갈까. 일단 확실한 건 반 강제적으로 유망주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야구라는 게 빈 자리가 생기면 누군가가 반드시 그 자리를 채운다. (홍성흔, 김주찬이 나갔지만) 오히려 젊은 선수를 키워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임 김시진 감독 역시 "목표는 선수 육성이다. 구체적으로 2군 전력을 끌어 올려 1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고 말해 내년 롯데 타선은 여러 시험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밀한 야구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활용한 선 굵은 야구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박흥식 타격코치가 롯데 타선재건에 나선 게 증거 가운데 하나다. 이승엽을 키운 것으로 유명한 박 코치는 올해 넥센에서 전혀 다른 유형의 타자인 박병호와 서건창을 육성, 각각 MVP와 신인왕으로 만들었다. 박 코치는 롯데 타격코치로 부임한 뒤 "가능성이 있는 타자들을 봤다. 장타력 회복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성흔의 두산 이적은 롯데 야구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홍대갈'에서 이제는 유망주 육성에 나서야 할 롯데, 이번 겨울동안 어떤 변신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