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상환)는 임종욱(64) 전 대한전선 부회장이 회사자금 50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80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인정, 임 전 부회장의 보석을 취소하면서 징역 4년을 선고해 법정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임 전 부회장은 신입사원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기업 경영의 전권을 행사한, 몇 안 되는 전문경영인(CEO) 중 한 사람으로 손꼽혀왔다. 임 전 부회장은 대한전선 오너인 설원량 회장의 비서실장 등을 거쳤으며, 2004년 설 회장이 작고하자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기업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다. 2004년 당시 설 회장의 아들 설윤석 사장은 스물세 살이었다.
임 전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지인들의 사업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회사에 보증을 서게 해 수백억원 손실을 끼친 혐의는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2007년 임 전 부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가 충남의 한 대학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그러자 임 전 부회장은 대한전선 계열사 자금 32억원을 빼돌려 이를 보전해 준 혐의가 있다고 올 1월 검찰이 임 전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말했다.
검찰은 또 임 전 부회장이 2008년 이탈리아 P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한전선이 대주주인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600억원 이상을 부당 대출받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발했다.
임 전 부회장은 2008년 6월 자신의 지인인 유모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170억원을 대출받으려 하자 대한전선 직원들에게 담보도 없이 지급보증을 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임 전 회장은 대한전선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직위에 있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집행했다"며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며 아직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 오너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도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