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월부터 우리 종교단체들을 중국으로 줄줄이 불러들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안철수 후보는 어떤 사람이냐"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한국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중국내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통일전선부의 지휘를 받는 조선종교인협의회는 지난 9월 말 베이징에서 우리 종교단체들을 연쇄 접촉했다. 주로 천주교 관련 단체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종교인협회 장재언 회장은 "동포로서 남측 대선에 관심이 많아 알아보고 싶다"며 각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북한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데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잘 모르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안 후보에 대해 물어본다"며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역시 통전부의 지휘를 받는 조선불교도연맹과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선양(瀋陽)과 베이징으로 10여개의 남측 불교·기독교 단체들을 불러들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단체 차원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냐"고 물으며 "남북관계를 위해 여당 후보보다는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9월 탐색기를 거쳐 10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개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자신들에게 온정적인 일부 종교단체들의 영향력을 빌려 한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북한의 선거개입 시도가 관영 매체를 통한 일방적 선동을 넘어 대선판에 직접 손을 대겠다는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 북한은 여성·사회단체로까지 손을 뻗치는 모습이다. '6·15 북측위원회 여성본부',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 대책위원회' 등을 내세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연대 등에 팩스를 보내 "남북공동토론회를 이달 하순 개성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함세웅 신부 등 '안중근의사 의거 103주년 남북공동행사단' 10여명이 지난 13일 방북했고, 우리 대북 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도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이들 단체들의 방북을 대선 개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