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왔다. '피에타'(감독 김기덕), '터치'(민병훈), '돈 크라이 마미'(김용한), '범죄소년'(강이관), '공정사회'(이지승) 등 모성(母性)을 부각시킨 한국 영화가 최근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남성 캐릭터 중심이던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다.
모성을 강조한 영화의 한 축은 '복수하는 엄마들'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돈 크라이 마미'는 또래에게 성폭행당하고 자살한 고등학생 딸의 복수를 하는 어머니 이야기. 영화 속 어머니 유림(유선)은 미성년이라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을 직접 심판하러 나선다. 김용한 감독은 "피해자가 얼마나 지옥에 빠지는지를 피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라고 했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공정사회'도 남편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성폭행당한 딸을 위해 나서는 어머니(장영남)를 그린다. 조연급이지만 최근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에도 17년 전 딸을 납치한 연쇄살인마에게 복수하는 어머니(김영애)가 등장한다.
모성을 '돌보는 엄마'로 풀어내기도 한다. '범죄소년'에 나오는 어머니(이정현)는 16년간 방치했던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애쓴다. '터치'에선 무능한 남편 대신 혼신의 힘을 다해 가정을 책임지던 어머니(김지영)가 자신의 딸에게 추행을 저지른 가해자의 가정까지 돌본다.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에게 복수하러 갔다가 그를 개과천선시키는 어머니(조민수)가 등장하는 '피에타'도 비슷한 구도다.
감독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사회'를 만든 이지승 감독은 "성폭행범을 잡기 위해 40일간 싸운 엄마 이야기를 접하고 영화를 구상했다"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모성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용한 감독은 "우리 사회의 성폭행 사건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완전히 없어지기를 바라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고, 민병훈 감독은 "자살과 삶을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찾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러한 영화에 모성이 소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미니즘 역사의 재구성'을 쓴 여성학자 정인경씨는 "크레온에게 맞서는 안티고네 이야기처럼 많은 예술작품에서 여성성과 모성은 '저항'과 '돌봄'의 두 가지 이미지로 활용되어 왔다"고 했다.
장르의 변화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최근 '세븐데이즈'(2007) '심야의 F.M.'(2010)처럼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 비중이 늘어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릴러 장르에서 모성을 활용하면 한층 더 처절한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