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선하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고장난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존을 위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SBS는 오는 18일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을 방송한다. ‘최후의 제국’은 ‘최후의 경고’를 시작으로 ‘슬픈 제국의 추장’, ‘돈과 꽃’, ‘공존, 생존을 위한 선택’ 등 4부작으로 기획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14일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제국’ 기자시사회에서 연출을 맡은 장경수 PD는 “경제 내지는 지금의 시스템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었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인류학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이것이 인간의 행복을 찾는 과정인 만큼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최후의 제국’은 상위 1%가 전체 부(富)의 42%를 가지고 차지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미국을 비롯해,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상위 10%와 하위 10% 계층의 소득차가 지난 1988년 7.3배에서 현재 23배까지 대폭 늘어난 중국 등 고장난 자본주의 시스템 곳곳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히말라야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의 아누타 섬을 1년간 돌며 행복과 불행을 경험하는 각기 다른 환경 속의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로 손꼽히지만 5명 중 한 명의 아이가 배를 곯는 현실의 미국과, 1년에 여덟 차례 씩 찾아오는 태풍을 이겨내야 하는 척박한 섬이지만 굶는 아이가 없는 아누타 섬을 조명한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는 포기한 채 대리수유모를 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중국의 눈물나는 현실과, 돈 보다 꽃에 더 값어치를 매기며 마을 공동체에서 함께 자라는 히말라야 아이들의 모습 역시 나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최후의 제국’ 책임프로듀서 박기홍 CP는 “자본주의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했다. 아누타 섬은 이웃끼리 도와가며 3000여년의 시간 동안 태풍을 이겨내며 살았다는 기록이 있는 곳으로, 자본주의 300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으면서 생존해왔나 하는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후의 제국’은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에서와 같은 빈틈없는 접근 보다는 휴머니즘의 방향에 집중한다. 이승희 작가는 “왜 어떤 이는 굶고 어떤 이는 더욱 부자가 되는지에 대해 가치에서부터 접근해 보자 싶었다. 그에 대해 제작진이 내린 결론은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때문이 아닐까였다. 논리적으로 빈틈이 있는 게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이 주는 최종 목표는 생각의 전환이다. 장 PD  "현실적인 이야기 중에서 (시청자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테마를 찾고 싶었다"고 이번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이지마 이번 '최후의 제국'에는 배우 이병헌이 내레이션을 맡아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할 전망이다. 박 CP는 "이병헌 씨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우리의 주제를 담담하게 과장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섭외했다"며 "섭외했을 당시 이병헌 씨 역시 '최후의 제국'에서 다루는 이야기에 대해 평소 의문을 가져왔다고 이야기 하더라.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그냥 (원고를) 읽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담아서 충분히 전달해 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흡족해 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 현실을 구석구석 관찰한 '최후의 제국'이 유용한 내비게이션이 될 수도 있을까. 박 CP는 “대선후보들이 봐주셨으면 싶다. 정말 많은 모티프가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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