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律村) 구성원들이 전원(全員) 작은 결혼식을 약속했다. 변호사 270여명, 회계사·변리사 50여명 등 총 560명이다. 아직 결혼 안 한 사람과 앞으로 자식 결혼시킬 사람들은 정말 가까운 사람만 초청해 조촐한 예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미 자식을 모두 결혼시킨 사람들은 주변 법조인들에게 "작은 결혼식이 아름답다"고 권하기로 했다.

율촌은 앞으로 소속 변호사 중에서 간부를 뽑을 때, 변호사 능력과 함께 작은 결혼식 약속을 실천했는지를 보기로 했다. 우창록(59) 율촌 대표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는 결혼을 '뭔가를 이루는 도구'로 삼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똑똑하고 야심 찬 젊은이가 사법고시에 붙은 뒤 가난한 애인을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얘기가 많잖아요. '사(士)자 들어간 사위 보려면 열쇠 세 개를 줘야 한다'는 속설도 있고요. 물론 일부 얘기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 변호사는 "나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이라고 했다. 그는 경북 경주 출신이다. 가난한 농가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고, 가난 때문에 인문계 대신 종합고에 진학했다. 지금은 메이저 로펌 대표지만, 중학교 땐 학업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는 "그때 '너 같은 아이는 절대로 공부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려준 선생님이 내 인생의 은인"이라고 했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1992년 독립했다. 율촌이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뒤에도, 우 변호사는 업무로 다닐 때 말고는 손수 소형차를 몰고 다닌다.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한국세법학회 회장을 지냈고, '굿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율촌 소속 변호사들은 연간 3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공익 활동을 해야 한다. 우 변호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07년 회사 안에 공익위원회를 만들고, 소속 변호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익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발굴해 제안하게 했다. 이번에 율촌이 본지 캠페인에 동참한 것도 공익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한다.

국내 5대 법무법인인 ‘율촌’의 우창록(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대표변호사와 신입 변호사들이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로비에 모여 “검소한 결혼식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우 변호사는 "거래하듯 결혼하는 일부 젊은 법조인들을 볼 때마다 '행복은 저런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사법고시에 붙은 뒤 "부잣집 딸한테 장가들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동갑내기 시골 학교 여교사와 시골 교회에서 식을 올렸다. 월세부터 시작해 7번 이사 다닌 끝에 '내 집'을 마련했다. 부인은 올 초 별세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막상 자식을 결혼시킬 때가 되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 변호사는 2남 1녀를 두었다. 장남(32)은 법조인이고, 차남(27)은 해외 대학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두 아들 모두 중매를 마다하고 대학 때부터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우 변호사는 "봉사 활동하면서 여러 단체에서 이런저런 일을 맡다 보니 아는 분이 많아졌다"면서 "'오지 마라' 소리하면 '잘난 척한다' '섭섭하다'고 욕할까 봐 청첩장은 남들처럼 돌렸다"고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간소한 예식을 실천하고 싶어 '식권'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누구든 즐겁게 드시고 가라는 취지였다. 화환 보내겠다는 사람들에게 "쌀로 대신 보내달라"고 부탁해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주변에 참 많은데, 그때마다 저는 '열쇠 세 개 받고 장가간 친구 중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많이 봤다. 나는 똑같이 가난한 여교사와 결혼했지만 평생 행복했다'고 얘기해줍니다."

그는 "기대가 너무 크면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변호사가 늘어나서, 거래하듯 결혼했다가는 처가에서 '변호사 사위 얻었더니 별 볼 일 없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처가에서 밀어주길 바라다가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는 사람도 많이 봤고요. 비우면 더 행복해져요. 결혼으로 인생이 모두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될 사람들이라면, 내가 하는 결혼식이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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