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충격적인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두 남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한 남자를 중태에 빠뜨렸으며, 한 여자의 목숨을 빼앗았다. 숨진 여자는 김성수의 전처이자 공형진의 처제였다. 이 사건의 전모를 취재했다.
시작은 사소한 말다툼이었다. 10월 17일 밤, 도산대로에 위치한 신사동 한 술집에서 이 모 씨와 강 모 씨가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김 모 씨와 LG트윈스 소속 야구선수 박용근, 그룹 룰라 출신 여가수 채리나가 합류했다. 지저분해진 테이블을 정리하고자 종업원에게 “물티슈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때였다. 혼자 술을 마시던 제갈 씨가 그들에게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제갈 씨는 “왜 반말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한다)”는 말과 함께 욕설을 내뱉었다. 곧 격한 싸움으로 번졌고, 종업원들이 나서서 말리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종업원들은 제갈 씨를 주점 밖 지상으로 데리고 나갔고, 분을 삭이지 못한 제갈 씨가 업소 종업원에게 자신의 은색 벤츠 차량을 가져오라고 시킨 뒤 차량에서 흉기를 꺼내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숨기고 들어왔다. 술집 내부가 어두워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갈 씨는 남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상해를 입히고, 마지막으로 강 씨를 찔렀다.
이 씨는 옆구리를 네 차례 찔렸지만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던 덕에, 김 씨는 팔 부위를 한 차례만 찔려 큰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 박용근 선수는 복부를 2회 찔리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의식이 없다. 강 씨는 마지막 옆구리를 두 차례 찔린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내 숨겼다. 이날 강 씨 일행 가운데는 채리나만 화를 면했다. 피해자인 강 씨는 쿨의 멤버였던 김성수의 전 부인이자 배우 공형진의 처제였다.
벤츠 끌고 다니는 무직의 이혼남
제갈 씨는 친구 한 명과 함께 전날 오후 8시경부터 자정까지 이 주점에서 양주 한 병을 마시고 나갔다고 한다. 친구와 헤어진 뒤 30분가량 지나 다시 찾아와 혼자 술을 마시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제갈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차량을 타고 도주했고, 동작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3㎞가량 떨어진 여관으로 숨었다.
경찰은 피의자가 은색 벤츠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는 점과 사건 발생 주점을 자주 찾는다는 점을 토대로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피의자의 주거지인 동작구 상도동으로 2개의 강력팀을 급파했다. 그때 피의자는 이미 휴대폰 전원을 끄고 이용한 차량은 주거지에 둔 채 옷을 갈아입고 바로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제갈 씨는 도주 16시간 만에 체포됐다. 제갈 씨의 주변인으로부터 그가 7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수면제 처방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자주 이용하는 병원이나 집 근처 약국 등 주변에서 잠복근무를 하다 수면제를 처방받으러 나온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칼은 제갈 씨가 1개월 전부터 자신의 승용차에 보관해온 것이었다. 2년 전 이혼한 뒤 다른 남자와 재혼한 전 부인으로부터 "남편이 친딸을 홀대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자 남자를 혼내주기 위해 차량에 보관하고 다녔다고 한다. 경찰은 "칼은 (딸의 새 아빠에게) 겁을 주려고 들고 다녔다고 언급했다"면서 "실제 흉기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제갈 씨가 조직폭력배 일원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차에 칼을 두고 다녔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조직폭력과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동종 전력(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은 없으나 전과는 있다. 폭력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제갈 씨는 무직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전처 상주 자처해
사건은 오보로 인해 알려졌다. 쿨의 멤버 유리가 강남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보도된 것. 즉시 사망한 사람은 유리가 아닌 김성수의 전처라고 보도됐으나, 사망 보도된 당사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유리의 소속사 측은 이에 대해 “사건 당일 유리 씨는 자택에 있었다. 사망 기사를 어떻게 소속사에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낼 수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해당 오보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식이 알려지자 김성수는 한걸음에 달려와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장례식 내내 빈소를 지켰다. 애초 상주 명단에 오르지 않았던 김성수는 본인의 요청에 의해 상주로서 고인의 빈소를 지켰다. 김성수는 지난 2004년 강 씨와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로 6년 만인 2010년 합의 이혼했다. 슬하에 6세 딸을 두고 있다.
3일 내내 빈소를 지킨 김성수는 발인 때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강 씨의 형부인 공형진 등 유족은 발인 내내 오열과 통곡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채리나와 오보로 고충을 겪었던 유리도 참석했다.
한편 야구선수 박용근은 지난 10월 3일 제대해 곧 구단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LG트윈스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용근이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들었다. 언론에서는 ‘위독’, ‘중태’라고 나오지만, 병원에선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얘기한다. 이틀 후쯤 비교적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박용근의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얼마 전까지 횟집을 운영하신 뒤 지금은 그만두신 상태다. 현재 어머니와 매형 등 가족이 곁을 지키고 있다”며 “지난 3일 제대한 뒤 LG트윈스 김기태 감독과 면담을 갖는 등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와 의지가 강했다. 오는 11월 복귀 예정이었고 구단에서도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채리나는 흉기 사고 직전까지 쿨의 김성수와 함께 공연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습 하루 전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콘서트 포스터 촬영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채리나는 김성수를 만났다. 김성수를 포함한 동료 가수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채리나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고, 곧바로 사건이 일어난 강남의 주점으로 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채리나는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흉기에 찔리고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해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최익수 형사과장은 “피의자 제갈 씨에 대한 2차 조사를 실시하고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우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범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피의자가 진술 과정에서 실제 죽일 의도는 아니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며 “서로 시비가 붙는 과정에 대해 약간의 상반된 주장은 있었으나 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