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나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똑똑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고심 끝에 세컨드 브랜드를 낸 이유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네 차례 단독 컬렉션을 연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53)이 최근 세컨드 브랜드 ‘에스제이와니(SJ.WANI)’를 출시했다.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자매 상표이다. 손씨의 디자이너 브랜드 ‘손정완(SON JUNG WAN)’이 블라우스 한 장에 60만~100만원을 오가는 데 반해 ‘에스제이와니’는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캐주얼 상표로 모피 조끼·패딩 점퍼 등이 10만~30만원 정도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손씨는 “사실 이전에도 세컨드 브랜드를 내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했었다. 뒤늦게 수락한 이유는 이번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함께 손잡은 한 홈쇼핑에 내건 조건은 “디자인 초안부터 제품 샘플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선택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손씨는 “대량생산하는 옷의 한계는 대개 선(線)에 있다. 디자인 좋고 소재도 봐줄 만한데 막상 입어보면 몸에 딱 맞는 선이 나오질 않아 살 수 없을 때가 잦았다. 내가 만드는 세컨드 브랜드에선 바로 그 점을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정욱준·김재현·이석태 등 다른 디자이너들도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자매 브랜드를 낸 적이 있다. 패션계 안팎에선 이에 대해 “톱 디자이너들마저 상업성의 시류에 영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손씨 역시 “그런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미 상업적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뒀는데, 뭐하러 이런 도전을 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러나 돈보단 대중과의 소통을 더 생각했다”고 한다. “세컨드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겠느냐”고 하자 “‘에스제이와니’는 ‘손정완’과는 별개의 브랜드다. ‘손정완’이란 디자이너 브랜드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손정완은 “올가을·겨울엔 좀 더 대담한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겉옷을 심플하고 세련된 것으로 골랐다면, 안에 받쳐 입는 옷은 금속성 광택이 도는 톡톡 튀는 스타일을 입는 식이다. 모피와 시퀸(반짝이), 울과 가죽, 시폰 등을 섞어 입는 묘미를 즐겨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