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개막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전 국민을 열광케 했다.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석에 올라설 때마다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는 노호성(46)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교수(학과장)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각종 질병과 부상으로 고통 받는 선수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는 편측(片側) 운동을 수없이 반복해 척추만곡·요통 같은 만성 질환에 시달립니다. 은퇴 후엔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일쑤죠. 운동이 '독(毒)'으로 되돌아오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스포츠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경희대 스포츠의학과는 지난 1999년 체육대학 내에 설립됐다. 노 교수에 따르면 스포츠의학은 운동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과학·의학적 요인 일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마라톤 선수의 경우, 팔을 구부리는 각도만 바뀌어도 주행 기록이 달라집니다. 마라톤에 최적화된 팔의 각도를 유추하려면 과학적 측정을 토대로 한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죠. 부상 역시 선수의 경기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스포츠의학과에선 해부학·생리학·생화학 같은 의학적 지식도 가르칩니다. 배우는 내용이 다르다 보니 졸업생은 (체육학사가 아닌) 이학사 졸업장을 받게 되죠."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재학생이 체육대학 내 AT실에서 진행된 교내 운동팀 선수의 체력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재학생이 체육대학 내 AT실에서 진행된 교내 운동팀 선수의 체력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졸업생의 진로 역시 운동과 의학 관련 직업으로 나뉜다. 전자의 대표 주자는 운동 트레이너와 운동 처방사다. 운동 트레이너는 경기력 향상 전략을, 운동 처방사는 재활에 필요한 운동을 각각 가르치는 직군. 노 교수는 "현재 황인우 축구 국가대표팀 운동 트레이너를 비롯, 농구·야구·배구 등 프로스포츠팀 소속 운동 트레이너 중 3분의 2는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졸업생"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중 일부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거나 병원·보건소·대기업 내 건강증진센터 등에 취직, 운동 처방사로 근무한다. 이 경우, 처방 대상 범위는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장애인 등으로 확대된다. "건강 검진을 받을 땐 '안정 상태'를 취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운동 처방사는 '운동 상태'에서의 신체 변화를 측정하죠. 다시 말해 피검사자를 눕혀놓고 심장 박동수를 재는 게 일반적 건강 검진이라면 운동 처방용 검진은 피검사자를 뛰게 한 후 심장 박동수를 기록하는 식입니다."

검사 방식도, 처방 방식도 다르다 보니 같은 의학 강의라도 관점은 서로 달라진다. 노 교수는 해부학 수업을 예로 들었다. "의대 해부학 수업은 장기(臟器) 관찰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스포츠의학과 학생이 듣는 해부학 수업에선 근육·신경·뼈 등 직접 운동을 수행하는 신체 기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요. 실험용 시체 가격이 만만찮은 탓에 평소엔 인형 실습으로 대체하거나 의대 해부학 수업을 참관하는 정도에 그치긴 하지만요. 대신 매년 여름방학 땐 1주일간 중국 요녕대 중의약대를 찾아 실제 시체 해부학 수업을 진행합니다. 중국에선 실험용 시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거든요."

스포츠의학과는 경희대 체육대학 내에서 입학 시 운동 실기고사가 없는 유일한 학과다. 하지만 막상 입학한 후엔 육상·수영·체조 등 다양한 실기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노 교수는 "운동을 싫어하는 친구라면 입학 후 교육과정에 실망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학과 재학생은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경희대에 소속된 운동 선수 관리에 나서는 등 실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수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그들의 경기부터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람해야죠. 땀으로 범벅이 된 선수와 신체적 접촉을 해야 할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스포츠 경기 관람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은 정중하게 '사절'합니다."(웃음)

스포츠의학과 입시 경쟁률 (2013학년도 기준)

2013학년도 수시모집
1차*: 네오르네상스 전형 10.36대 1, 학교생활충실자 전형 6.15대 1, 사회공헌역경극복대상자 전형 15.66대 1, 창의적체험활동 전형 8.66대 1

2차: 일반학생 전형 21.36대 1
(*: 체육대학 단과대학별 모집 전형)

2012학년도 정시('다' 군) 합격선
언어·외국어영역 각각 백분위 95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