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심판이 알고 지내는 학교 팀 코치에게 전화를 건다. "너희 아이들 많이 컸네. 내일 시합 때 휘슬 엄격하게 분다." 코치가 바짝 긴장한다. 현금서비스로 200만원을 찾아 심판에게 갖다 준다. 초·중학생들이 뛰는 소년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면 200만원, 은메달 300만원, 금메달 500만원을 심판부에 건넨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저런 돈들이 심판들끼리 경조사비로 쓰이기도 했다.

▶20~30점 실력 차가 나는 두 농구팀을 심판이 반칙만 눈감아줘도 4~5점 차이로 좁힐 수 있다. 5반칙 퇴장은 두 팀 모두를 초조하게 만드는 무기가 된다. 공을 잡고 세 걸음 이상 움직이는 트레블링 같은 반칙도 애매할 경우가 많아서 심판이 휘슬 불기 나름이다. 공격 선수와 수비 선수가 몸을 부딪칠 때도 공격자 반칙인지 수비자 반칙인지 모호하다. 심판의 판단과 재량이 그만큼 중요하다.

▶농구 심판이 중학교 경기를 뛰면 한 경기에 2만5000원, 고교 경기는 3만5000원, 대학·실업 경기는 6만원씩 받는다. 심판은 봉급이 없다. 협회에서 체력단련비만 받는다. 심판 1~2년차면 월 30만원, 경력이 쌓이면 50만~80만원쯤 된다. 동호인들의 길거리 농구에 10만원쯤 받고 '알바'를 하기도 한다. 아는 코치에게 "생활이 어렵다"고 하소연도 한다. 경기가 있으면 같은 숙소에서 자고 같은 식당에서 마주치는 가까운 사이다.

▶2007년에도 소년체전에서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농구계 원로의 양심선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농구협회 심판간사에게 100만원을 줬다가 도리어 경기에서 지자 돈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아마추어 농구에서 4강이나 결승에 오를 팀은 심판부와 내통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회식비, 목욕비, 축승금(祝勝金) 같이 명목도 다양하다. 보는 눈이 적은 학생 스포츠가 더하다. 승패에 따라 당장 아이들 진학과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6개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심판·감독·학부모 150여명이 여러 해 동안 2억5000만원을 주고받았다가 경찰에 들통났다.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팀을 감싸는 '보호비'였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런 일에서 과거 법원은 "승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참작한다"며 집행유예로 풀어주곤 했다. 다른 나라는 5년 이하 징역형까지 책임을 묻는다. 절대로 돈에 팔려서는 안 되는 존재가 심판이다. 스포츠, 특히 아마추어 스포츠는 우리 사회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마지막 보루다. 심판이 썩으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