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첫 만남부터 허겁지겁 욕망을 채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몇 차례 퇴짜맞았던 것이 그들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하룻밤 잠자리 후엔 뒤끝 없이 돌아서는 게 관례처럼 받아지는 터라 부담도 없었다. 그러나 짧고 강렬한 한 번으로 끝내려던 에릭(투레 린드하르트)과 폴(재커리 부스)의 만남은 두터운 침전물을 남겼다. 사랑이다.
미국 출신 아이라 잭스 감독의 '라잇 온 미'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퀴어 영화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에릭과 폴은 육체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서로를 탐한다. 그래서 서로 원하는 포만감을 상대방이 주지 못할 때 다툰다. 다툼이 심해지면 헤어지기도 하고, 등을 돌렸다가도 미련을 이기지 못할 때는 다시 돌아선다. 긴 호흡으로 사랑해 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영화는 몸에서 출발해 마음으로 옮아가는 사랑을 그린다. 생물학적 성(性)이 같은 두 사람이 있는 힘껏 육체의 밀어(蜜語)를 나누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화면을 채운다. 그러나 대다수 관객은 이것이 에로틱하게 느껴지지도, 불편하지도 않을 듯하다. 그것은 성적(性的)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랑과 육체적 욕망 채우기는 다르냐"는 감독의 물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사랑도 변한다. 폴을 두고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에릭처럼 어느 순간 연인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10년의 세월을 지내며 에릭이 폴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폴이 에릭에게 소홀해지는 현상만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감독이 관객과 호흡하기보다는 혼자 내달리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퀴어 영화에 주는 '테디베어상'을 받았다. 11월 1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입력 2012.10.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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