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0여명이 발로 쓴 '가을 드라마'였다.
28일 춘천 의암호 순환 코스에서 열린 2012 조선일보 춘천 국제마라톤(조선일보사·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 주최) 겸 손기정 세계 제패 기념 제66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깊어 가는 계절의 정취를 호흡하며 국내 최고의 달리기 축제를 즐겼다.
작년에 IAAF(국제육상경기연맹)로부터 도로 경기 최고 등급인 '골드 라벨'을 인증받고 처음 치러진 올해 대회에선 케냐의 데이비드 켐보이 키엥(29)이 우승했다. 키엥은 42.195㎞의 풀코스를 2시간10분05초에 가장 먼저 끊어 영광을 안았다. 닉슨 쿠갓(24·케냐)이 2시간10분39초로 2위, 게타츄 테르파 네가리(29·에티오피아)가 2시간11분45초로 3위를 했다.
키엥의 우승 기록은 작년에 스탠리 키플레팅 비요트(케냐)가 세웠던 대회 기록(2시간07분03초)엔 3분쯤 뒤진 것이다. 키엥은 이번 대회 엘리트 국제 부문 참가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2시간06분26초·2009파리 마라톤 3위)이 가장 좋아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는 이날 30㎞까지 쿠갓, 네가리 등 경쟁자들과 나란히 1시간31분14초에 통과했다. 작년 비요트의 30㎞ 구간 기록(1시간31분03초)과 별 차이가 없어 대회 신기록을 기대했지만, 후반부에서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졌다.
키엥은 올해 4월 대구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7분57초로 우승하고 춘천마라톤에서도 정상에 올라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키엥은 "골드라벨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처음 우승해 기분이 좋다. 30㎞를 지나면서 맞바람이 불어 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2006년 프라하마라톤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켐보이 키엥은 두 발로 가난을 딛고 꿈을 이뤄가는 케냐의 대표적인 마라토너 중 한 명이다. 그는 "케냐는 경제 사정이 어렵고 취업도 잘 안 되지만 마라톤 환경은 좋다"면서 "육상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성취할 수 있는 달리기에 많이 도전하다 보니 훌륭한 선수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키엥은 춘마 우승 상금으로 5만달러(약 5500만원)를 받았다. 8남매 중 차남인 그는 "케냐에 부모님, 가족, 친지들이 함께 살 건물을 짓고 있는데, 상금을 건축비에 보태겠다"면서 "남은 돈은 동생들의 학비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