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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지음|을유문화사|292쪽|1만3000원

김치가 제 맛을 내라고 배추는 다섯 번 죽는다. 땅에서 뽑히면서,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소금에 절여지면서, 고춧가루와 젓갈에 범벅이 되면서,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히면서 배추는 죽는다. 김장을 담글 때 쑤어 넣는 풀은 세균들이 먹을 밥이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짠 소금에 죽어 버리지만 내염(耐鹽)성 세균인 유산균은 남아서 김치를 익힌다. 김칫독을 큰 돌로 누르는 것은 유산균이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嫌氣)성 세균이기 때문이다.

술은 빚고 장은 담그고 메주는 띄우라고 했다. '띄우기'도 발효다. 지푸라기의 마른풀세균과 온갖 곰팡이가 부지런히 메주를 띄운다. 간장 담근 지 40여 일이 지나 장이 익었다 싶으면 독에 떠 있는 메주를 건져 질척하게 치댄다. 햇볕에 말린 항아리 바닥에 소금을 좀 뿌리고 녹진녹진한 된장을 담아 꾹꾹 누른 뒤 웃소금을 덧뿌리고 지그시 뚜껑을 덮어 둔다. 한 달쯤 두면 푹 삭으면서 이내 맛이 든다. 허영심 가득한 여자들을 '된장녀'라 부르며 비하하는데 된장 얕보지 마라.

이 책은 일상에 숨어 있는 과학을 읽음직하고 구수하게 요리한다. 노화를 일으키는 용의자 세 명이 누구인지, 올빼미는 왜 학문과 지혜의 상징이 됐는지, 칡과 등나무의 자리싸움이 어떻게 '갈등'의 어원이 됐는지, 양념은 왜 식물의 노폐물인지 등 60여 가지 생물 이야기를 사분사분 친절하게 들려준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렇게나 읽어도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