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몸과 큰 눈을 가진 참치는 알고 보면 고단하고 가여운 물고기다. 참치는 잠을 자면서도 헤엄을 치는 부지런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생물학적 특징 때문이다. 참치는 일반 어류와 달리 아가미 근육이 발달돼 있지 않아 아가미 대신 입으로 물을 빨아들여 호흡을 한다. 입을 벌리고 앞으로 계속 달려야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일본 홋카이도대학 히로요시 가쓰지 명예교수는 "가만히 있는 참치는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참치"라며 "죽어야만 쉴 수 있는 게 참치"라고 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 섬 베노아항구에서 냉동참치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수면 중에도 호흡을 위해 시속 20~30㎞로 달리는 물고기가 바로 참치다. 참치는 순간 시속 160㎞까지 낼 수 있다. 지난여름 태풍이 불어 제주도 참치 양식장에 흙탕물이 들어와 참치가 떼죽음을 당했다. 참치 입으로 유입된 진흙 찌꺼기들이 아가미 내부 쪽에 쌓여 호흡 곤란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넓고 깨끗한 바다에 살아야 할 참치를 양식하는 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

잠자면서도 헤엄쳐야 생존
죽어야만 쉴 수 있는 자유
日 홋카이도·쓰가루 해협서
낚시로 잡은 걸 최고로 쳐
1마리에 수천만원 호가

일본에서 잡히는 참치 중 최고로 치는 건 일본 홋카이도와 본토의 좁은 해협인 쓰가루에서 낚시로 잡은 참다랑어(혼마구로)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동중국해 남쪽에서 구로시아 난류를 타고 올라오던 참다랑어떼는 봄 무렵 대마도 인근에서 두 패로 갈라진다. 일본 서쪽 해안인 동해로 가는 무리와 일본 동부 해안인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가는 무리를 말한다. 동해로 간 참다랑어들은 오징어와 한치를 잡아먹으면서 계속 북상한다. 대마도를 떠날 무렵 40~100㎏에 불과했던 몸무게는 쓰가루해협에 이를 때인 7~9월 150~200㎏으로 불어난다. 쓰가루해협은 물살이 센 곳으로 유명하며 참치 또한 수중 산맥 사이의 거센 물살을 즐긴다. 더 많은 물이 입안으로 들어와 마음껏 숨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이 통통히 오른 채 쓰가루해협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다 잡힌 혼마구로야말로 최고의 육질을 가졌다고 보는 게 일본 사람들의 시각인 것이다.

쓰가루 근처 어민들은 보통 5~7t급 소형 어선에 낚싯줄 달랑 들고 해협으로 나아간다. 미끼는 가면서 잡은 오징어다. 기름값 빼면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하지만 쓰가루에서 잡은 참다랑어는 마리당 2000만원을 호가 하기에 4~5마리만 잡으면 1년 농사는 끝이다. 이 지역에선 참치잡이를 '바다의 로또' '바다의 박쿠지(도박의 순수 일본어)'라고 부른다.

참치를 낚자마자 배에서 이뤄지는 후처리는 참치 가격을 결정하는 큰 변수다. 긴 철사를 참치의 미간 사이 척수에 쑤셔 넣고 돌리면 참치는 경직 없이 즉사한다. 참치가 죽으면 바로 꼬리지느러미와 몸통 사이의 혈관을 잘라 피를 뽑는다. 피를 제대로 뽑아야 상품(上品)이 된다. 남아 있는 피는 피멍이 되는데 중저가 참치 집에는 피멍 든 참치가 많다고 한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에는 '마구로노카미9사마(참치의 신)'라는 별명을 가진 60대 중반의 어부가 사는데 그가 잡은 참치의 가격은 다른 참치의 두 배를 쳐준다. 후처리가 깔끔한 게 그 이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