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접수된 수십여장의 '가짜'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사람은 서울 모 대학의 교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대차그룹 공채 입사지원 서류를 허위로 작성, 제출한 혐의로 서울 모 대학 노동경제학과 김모(43) 교수팀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팀은 올해 하반기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와 한화, 이랜드, 한국투자증권 등 대기업 공채 기간에 남녀 명의로 각각 8장씩 허위 자기소개서 1900장을 만들어 모두 121개 대기업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중순, 현대차그룹은 경찰에 '복제 입사지원서를 만든 범인을 찾아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채용기간 당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에는 비슷한 얼굴을 가진 남·녀의 증명사진이 붙어 있는 가짜 입사지원서 80여장이 접수됐다. 사진의 얼굴은 머리길이, 안경 착용 여부 등이 조금씩 다르게 조작돼 있었고, 생년월일·출신학교·주민등록번호 등은 모두 달랐다.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서류 선발기준을 파악하기 위한 취업컨설팅 회사의 소행 같다"고 추측했었다.
 
김 교수팀 측은 "스펙이 좋으면 실제 취업이 잘되는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연구에 앞서 법률 조언까지 받았는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교수팀 소속 교수와 학생 등 수사대상자를 특정해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