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 논술학원 수강료도 치솟고 있으나 정작 첨삭 지도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의 몫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조차 "취직 논술시험에서 떨어진 학생이 대입 논술을 가르친다는 게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에 전화를 걸어 "첨삭 지도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논술 전문 강사들이 첨삭까지 모두 도맡아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학원은 서울 유명 대학교 커뮤니티에 첨삭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공고문을 올린 곳이었다. 강의는 전문 강사가 하지만 답안지 첨삭은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은 논술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 모 학원에서 열흘간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를 했던 황모(23)씨는 "학원에서는 국어 관련 전공자면 된다고 했을 뿐, 따로 첨삭 요령에 대해 가르쳐준 것은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알아서' 첨삭해야했다"고 말했다. 주어진 첨삭 시간은 장당 5~7분에 불과했다. 지방대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에 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황씨는 정작 지난해 임용고시에 낙방했다.
첨삭 지도교사가 대학생인 것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논술 학원도 있다. 학생과 얼굴을 맞대고 첨삭을 해주는 경우에도 첨삭자가 대학생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달 논술첨삭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모(27)씨는 "학생들은 내가 대학생이 아닌 전문 강사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대학 시절 논술 첨삭 일을 했다는 김모(27)씨는 "학원과의 계약서에 '본인이 대학생임을 학생들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에 대해선 논술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논술 강사는 "아르바이트생이 첨삭하는 수업은 전문 강사들이 직접 첨삭하는 수업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져 수험생의 합격률도 떨어지기 쉽다"며 "하지만 많은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하다 보면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