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에게 '뇌물'은 '처단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정석균(49)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학과장, 경제학 박사)에게 뇌물은 사업 주체 간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일종의 '윤활유'다. 사교육 역시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배척 대상만은 아니다. "모든 현상엔 장단점이 공존해요. 일반인의 시각은 대개 둘 중 한쪽에만 치우쳐 있죠. 정책학과는 사회 현상을 다양한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워졌습니다. 법학·철학·경제학·정책학을 두루 공부한 우리 학과 학생은 최고의 '인문·사회학 엘리트'가 될 겁니다."
이때 정 교수가 말하는 엘리트는 '정책 입안자'를 뜻한다. "모든 인문·사회학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정책을 만들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란 게 그의 설명. "인문·사회학 수업이 주를 이루는 학과 명칭에 '정책' 관련 단어가 들어간 경우는 해외에도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경제학부' '일본 도쿄대 정경학부' 등이 대표적 사례죠. 이들 역시 다양한 인문·사회학 교육을 통해 나라를 이끌 정치인을 키웁니다. 우리나라 5급 공무원 선발 시험만 해도 경제학·정치학·행정학·법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평가해요. 한쪽 학문에만 치우친 정책은 사람에 비유하면 절름발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한양대 정책학과는 지난 2009년 '1호 신입생'을 받았다. 2009년은 한양대에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이하 '로스쿨')이 생긴 해이기도 하다. "한양대는 로스쿨 개교와 동시에 법대를 폐지했습니다. '로스쿨 설립 대학은 학부 과정에서 법학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국가 방침에 따른 것이었죠. 하지만 학부 과정에서 법학을 배우고 싶은 수험생은 여전히 존재해요. 우리 학과엔 이 같은 학생이 많이 지원합니다. 그래서인지 옛 법학대처럼 입학 경쟁률이나 합격선도 높은 편이에요."
실제로 학과가 설정한 재학생의 목표 진로 역시 법조인·언론인·공무원 등이다. 재학생은 모의형사재판, 행정고시 스터디 등 관련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정책학과를 향해 "대학이 고시학원처럼 변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법학적성시험(LEET )·행정고시 등 '시험 맞춤형' 강의는 철저히 배제한다"고 못 박았다. "우리 학과 수업은 타 대학 경제학과·법학과·철학과·정치학과 강의의 단순 '합(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건 교수진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죠. 우리 학과 교수 11명의 전공은 법학(3명), 경제학(2명), 철학(2명), 행정학·정책학(2명), 영문학(1명), 국문학(1명) 등 다양합니다. 국문학 전공 교수는 재학생의 글쓰기 실력, 영문학 전공 교수는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 주력합니다. 작문과 어학이야말로 융합적 인재가 갖춰야 할 필수 능력 중 하나거든요."
정 교수는 정치학과 입학을 원하는 수험생에게 "정치학과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학과 재학생은 정해진 커리큘럼만 따라가도 남들보다 두 배 이상 공부해야 합니다. 강행군을 견뎌낼 수 있는 건 '학과 공부에 대한 즐거움' 덕분이죠. 이 즐거움은 스스로 세운 뚜렷한 목표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