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함(19·이화여대 영어교육과 1년)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딱 1주일 앞두고 이화여대 수시모집 자기계발우수자 전형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성적·서류·구술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 전형에서 입학 성적 우수자로 선발, '수능 최저학력기준 면제'의 특혜까지 얻었다. 고교(수원외국어고) 입학 직후부터 품어 온 꿈이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고 1 때까지만 해도 '네가 세운 목표는 무리'란 얘길 꽤 들었어요. (내신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외국어고에 다니다 보니 내신 성적이 전교생 230명 중 190등에 그쳤거든요. 수능 모의고사 성적도 외국어 영역만 겨우 1등급 커트라인을 넘겼을 뿐, 언어 영역은 3등급과 4등급 사이를 오갔고 수리 영역도 잘해야 2등급 수준이었어요. 한때 자퇴까지 결심했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덕분에 3학년 땐 전 영역 1등급의 성적으로 목표 학과에 너끈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한계 빨리 인정하고 주변 도움 받아야
고교 시절, '정면 돌파'를 결심한 최씨는 첫 번째 공략 대상으로 '영어'를 택했다. 영어 실력에 관한 한 '날고뛰는' 동기들을 따라잡기 위해 영어 심화 학습을 시작한 것. 첫 번째 공략 대상은 수능 외국어 영역과 형태가 비슷하되 좀 더 어려운 텝스(TEPS)였다. 그 즈음, 문법와 어휘력 공부도 함께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한 내용에 허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문장은 손으로 일일이 '끊어 읽기' 표시를 하면서 읽었어요. 문장 성분에 활용된 문법도 분석했고요. 특히 문법의 경우, 3학년 때까지 성문 기본 영문법 한 권만 반복해 보면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꼼꼼히 공부했습니다. 어려운 문장은 '구문 노트'에 따로 정리했어요."
어휘 공부엔 '어원 단어장'이 효과적이었다. 어원을 알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뜻을 유추하기 쉽고 단어도 더 빨리 외울 수 있기 때문. 최씨는 "수능에선 접두사·접미사 활용 문항이 자주 출제된다"며 "어원 단어장 학습법은 그런 문제를 풀 때 특히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듣기 실력도 반복 학습으로 다졌다. 일단 문제를 푼 후 다시 들으면서 잘 안 들리는 부분을 표시하고, 대본을 보며 잘못 들은 부분을 확인했다. 안 들렸던 부분은 빨간 펜으로 표시한 후 복습할 때 더욱 유심히 봤다. 마지막엔 다시 들으면서 '따라 말하기'로 학습을 마무리했다. 최씨는 "속도는 좀 느려도 효과 면에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영어 공부를 시작하며 교내 영어토론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공부할 땐 '내가 못하는 부분'을 확실히 인정해야 합니다. '중학교 때까진 나도 공부 잘했는데…'란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해요. 전 모르는 부분은 스스럼없이 친구에게 묻고 배웠어요."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 자투리 독서 시간 늘려
언어 영역은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EBS 교재 연계 출제가 아무리 강화돼도 문제 풀이의 모범 교재는 기출문제"란 게 그의 생각이다. 단, 고 1 때부터 수능 기출문제를 풀려면 너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처음엔 학년별 기출문제를 활용했다. 독서량도 늘렸다. 기숙사 생활을 했던 그는 매일 또래보다 30분 일찍 등교해 책을 읽었다. 시·소설·고전·인문·과학 등 장르는 가리지 않았다. 최씨는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동시대 작품의 공통점 등이 자연스레 보인다"고 귀띔했다.
수리 영역을 공부할 땐 오답 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의 오답노트는 새로운 종이를 끼워 넣을 수 있는 '바인더' 형태였다. 내용을 단원별로 나누고 틀린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해당 단원에 추가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특정 단원 분량이 유독 많아져요. 그 부분이 바로 제 취약점이죠. 수능 마무리 공부 땐 제 방식이 꽤 도움 됐습니다." 문제 풀이 시 배점에 신경 쓰지 않는 것도 그의 전략 중 하나다. "'4점'이라고 돼 있는 걸 보면서 지레 겁 먹는 것, '2점짜린데…'라며 하찮게 보는 것 모두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배점을 보지 않고 제가 정한 순서와 속도에 맞춰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어요."
자기 관리 차원에서 학습 플래너도 작성했다. 그는 "학습 플래너를 잘 활용하려면 '자기 반성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주말마다 제 계획과 실천 상황을 점검하고 잘못한 점을 바탕으로 다음 주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야 자기 공부량을 정확히 알고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거든요."
◇대입 자기소개서는 '주도성' 뚜렷해야 고득점
고 1 때부터 목표를 뚜렷이 잡은 덕분에 최씨의 입시 준비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갖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한 영어 학습 비결로 다른 학생을 돕고 싶은 마음에 일찌감치 '영어교육과'로 진로를 잡았다. 하지만 그가 고 3에 올라갈 무렵,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목표로 했던 이화여대 글로벌리더 전형이 없어지고 자기계발우수자 전형이 신설된 것. (영어교육과) 선발 인원도 8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오히려 제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글로벌리더 전형의 경우 영어 실력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선 제 경쟁력이 약했으니까요. 반면 자기계발우수자 전형의 경우 교사가 되려는 계기나 자기주도학습 경험, 향후 학업 계획 등이 뚜렷한 제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자기소개서에 △농촌 중학교에서 외국어고에 진학한 과정 △고교 시절 겪은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한 과정 △교사의 꿈을 갖게 된 계기 등을 상세히 담았다. 학업계획 부분에 '교사가 된 이후의 자기계발계획'까지 기술한 점도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기소개서에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열거해도 그 안에 '자기주도성'이 담겨 있지 않다면 합격할 수 없어요. 학생들은 흔히 '일반고에서 어떻게 스펙을 쌓아?' '외고니까 내신 나쁜 건 당연해'란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해요. 하지만 실패의 근본 원인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