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사상 또 하나의 신기록 수립이 눈앞에 다가왔다. 개봉 연도를 기준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한 해에 '1000만 관객 동원' 영화가 두 편이 나오게 된 것이다. 앞서 최초의 1000만 관객 영화 '실미도'(1108만명)와 두 번째 1000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가 기록은 같은 해 세웠지만 개봉 연도가 각각 2003년 12월과 2004년 2월로 달랐다.

이번 신기록의 주인공은 9월 13일 개봉한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다. 이 영화는 13일 9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13만여명의 관객 동원 추이를 감안하면 이르면 이번 주말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전망이다. 1000만 관객 동원은 올해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이고, 한국 영화 전체로는 일곱 번째가 된다.

'광해'의 1000만 동원은 올해를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해'로 기록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한국 영화 점유율과 관객 수가 지난 5년 중 가장 높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13일 현재 한국 영화 점유율은 57.6%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2008~2010년의 한국 영화 점유율은 50% 이하였다. 아직 10월 중순인데도 한국 영화 관객 숫자는 지난 한 해 전체보다 430만명이, 2008년보다 2400만명이 많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한국 영화의 선전을 두고 "이제 한국 관객들에게 우리 영화 보기가 하나의 습관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성수기 때 화제작 위주로 한국 영화를 골라보던 관객들이 이제는 평소에도 한국 영화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해운대' '괴물' 등 역대 1000만 돌파 영화들이 대부분 성수기인 여름·겨울방학에 개봉했던 것과 달리 '광해'는 비(非)성수기인 9월에 걸렸는데도 1000만 동원에까지 다다른게 대표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할리우드형 오락물의 한국식 변주(變奏) 성공 ▲장르의 다양화 ▲20대 위주에서 3040세대로까지 관객 연령 확대 등을 꼽는다.

영진위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국 영화 관객 1억명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 영화 관객(15~64세 기준) 1명당 평균 2.73편의 한국 영화를 보는 것으로 5년 전인 2008년의 그것(1.78편)보다 평균 1편이 늘어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