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가 '정지훈 상병'이 됐다. 한 계급씩 진급할수록 그는 더 건강해지고, 남자다워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군인이 되어도 여전하다.
비, 정지훈이 나라의 부름을 받은 지 어느덧 1년, 그사이 그는 이등병, 일병을 거쳐 상병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무대에 선다. 육군 홍보지원대원 소속으로 군을 홍보하는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거나 진행을 맡는다. 무대만 옮겨졌지, 그는 여전히 '비'로 살아가고 있었다. '국민과 함께하는 블랙이글 에어쇼', '홍천군 군인의 날' 등이 정지훈 상병의 무대다.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행사도 꽤 있기에, 그의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행사가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팬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아쉬울 뿐.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5일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전우마라톤대회'는 정지훈과 팬들 모두에게 반가운 행사였다.
행사가 열린 한강시민공원 너른들판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팬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서였다. 국내 팬뿐 아니라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 해외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는 홍보지원대원 소속인 임주환, KCM(강창모), 이준혁 등이 참여했고, 본 행사가 끝난 뒤 마련된 축하공연에는 언터처블, 걸그룹 나인뮤지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정지훈은 이날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블랙 티셔츠와 데님, 여기에 선글라스와 비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스타일이었으나 그는 여전히 비, 정지훈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팔 근육은 이전보다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비니는 짧은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쓴 듯했다. 정지훈은 무대에 오르기 전 베레모와 비니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대표곡 '힙송'과 '잇츠레이닝'을 연달아 불렀다. 예전과 다름없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쳤고, 관객들의 호응도 여전했다. 그러나 '가수 비'는 여기까지. 노래를 마치고 멘트를 시작하자 바로 '상병 정지훈'이 됐다. 그는 "5사단 동기와 선임들이 있어서 반갑다"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는 "그동안 보고 싶었다. 건강히 잘 지내라"고 당부했다. 마무리는 군인답게 경례와 함께 "충성!"이었다.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간 그는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구급차를 탄 채 유유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비의 부재 속 개봉된 영화, 아쉬움만 남아
정지훈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사람은 비단 팬들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 가장 그를 그리워했던 이들은 바로 영화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의류사업가 이 모 씨가 공판에서 정지훈을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 이 씨는 지난 2010년 3월 ‘최대 주주인 비가 의류업체 J사 대표이사와 공모해 가장납입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 46억 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을 일부 기자에게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같은 해, 정지훈의 가장납입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법원의 소환장을 받은 증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정에 출석해야 하기에 정지훈이 재판에 참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증인(정지훈)이 나오지 않아 오는 10월 16일 오후 4시로 공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변호인 측은 “형사 사건의 증인 소환장은 본인에게 직접 발송돼야 하는데, 비 측 변호인에게 전달됐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법원은 정지훈에게 한 차례 더 소환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그는 다음 공판에도 불참할 시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게 된다. 출석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정지훈식 군생활’ 열심히 해
이런 복잡한 바깥 상황과 달리 정지훈 상병은 군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 편이다. 그는 정책 포털사이트 ‘공감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군인인데 무슨 근황이 있느냐”고 웃으면서 “현재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 대원으로 열심히 군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지훈식 군생활”이다. 친한 사람으로 “홍보지원대 선임인 박효신 병장, 강창모(KCM) 일병”을 꼽았으며, “일일이 호명하기 그렇지만 두루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휴가 나와서 영화를 봤다”면서 “한마디로 재미있었다. 별 네 개를 주고 싶다”고 평했다. 블랙이글스, 전투비행단 등 공군 최고 에이스를 체험했는데, 실제 두 가지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면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는 “모두 좋다”면서 “군인이 나라만 잘 지키면 되지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군인다운 대답이었다.
그는 군 입대 전 “
한편 정지훈은 홍보지원대원 자격으로 군 입대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이나 라디오 DJ 등이다. 그는 현재 군 오디션 프로그램 의 심사위원 겸 멘토이고, 라디오 프로그램 에서는 KCM과 공동 DJ를 맡고 있다. 특히 에서는 예전에는 보지 못한 비의 연륜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전문가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최종 예선 통과자들 앞에서 그는 “내가 강조한 세 가지가 있다. 바로 눈빛, 충만한 느낌,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이라며 “노래를 잘하는 친구보단 끼 많은 친구들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참가자 중 한 중사에게는 “트로트를 정말 구성지게 부른다. 전역하고 바로 트로트 앨범을 내도 되겠다”며 “일본 엔카 시장을 공략해도 좋을 듯하다”고 진지하게 조언하기도 했다.
누가 군생활을 암흑의 시간이라 했던가. 어떤 무대든, 어떤 방송이든 최선을 다하는 정지훈 상병. 그에게 군생활은 더 깊은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