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광주광역시 월곡동에 있는 한 아파트 복도 천장에서 화재감시기로 위장된 감시카메라가 발견됐다. 동작감지 장치가 달려있어 사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촬영하고, 촬영된 영상은 자체 저장하는 '독립형 몰카'였다.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선 아파트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했는지 수사 중이다. 하지만 설치한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한 것 자체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도청 등을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감시카메라가 포함돼 있지 않아 범인을 잡는다고 해도 처벌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현재로선 범죄 목적이 있었음을 밝혀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서울 세운상가의 한 가게 입구에 감시용 카메라와 도청기 등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안내 간판이 붙어 있다. 작은 사진 위쪽은 지난달 광주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된 화재감지기로 위장된 몰래 카메라. 아래는 단추로 위장한 몰래카메라.

지난 10일 찾아간 서울 세운상가의 상인들도 "몰카(몰래카메라)는 죄가 안 된다. 필요하며 하나 사라"고 호객을 하고 있었다. 한때 포르노물을 비밀리에 팔던 그 장소다. 일부 가게에는 '몰래카메라·도청기·흥분제 판매'라고 버젓이 간판에 써 붙여 놓고 있었다. 몰래카메라는 형태도 다양해져서 라이터·자동차키홀더·단추·넥타이·손목시계·안경·USB형 등 과거 첩보원이나 사용할 법한 '휴대형 몰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메모리와 배터리의 용량이 커지고 동작감지 장치까지 나오면서 화재감지기형이나 전원스위치형 등 마치 실내 공간에 원래 설치돼 있던 것처럼 붙여 놓는 '부착형 몰카'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장기간 필요한 것만 녹화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들어가 설치하고 다시 회수해야 하는 것이 약점(?)이다.

보안업계에선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여자 화장실에 자신이 설치해둔 몰래카메라를 회수하러 갔던 남자 직원이 붙잡혔는데 카메라 고장으로 찍힌 영상이 없어 간신히 처벌을 면한 사건이 화제가 됐었다. 한 보안업체 전문가는 "이런 몰카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거의 절반이 금세 고장이 날 정도로 불량률이 높다"고 귀띔해줬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몰카 기술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해킹하거나 불법 앱을 깔아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자신의 몰래카메라처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화면이 꺼져 있어도 녹화가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은 위치추적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에 민감한 업종 종사자들의 경우 다시 피처폰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에는 중고 스마트폰 기기를 가져오면 이를 무선형 CCTV로 만들어주는 '폰-폰 CCTV' 업자까지 등장했다.

통신보안업체 셉코의 김정국 사장(도청탐지업협회 이사)은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녹화와 촬영이 가능한 최신형 도·감청 장치로 바꾸는 소프트웨어가 이미 국내에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제품은 해킹에 뚫릴 경우 잠재적인 몰카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즘 대기업 연구실에서는 회의 때 관리자가 관리하는 노트북 한 대를 제외하고 개인 노트북은 일절 반입하지 못하도록 보안지침을 바꾸는 곳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