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선보인 한국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는 수위가 높고 극단적인 묘사가 많은 '센'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첫 작품에서 파격적인 노출 도전과 연기로 인상을 남긴 신인여배우들의 존재가 돋보인다는 것도 그렇다.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갈라 프리젠테이션에 초청된 두 영화 속 여배우들이 주목할 만 하다. 레드카펫에서부터 아슬아슬한 누드톤 드레스로 단박에 이슈의 주인공이 된 배소은은 영화 '닥터'를 통해 데뷔식을 마쳤다.

극중 배소은은 겉보기에 잘 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이나 사실은 중증 싸이코패스인 한 중년남성의 아내로 분해 남편의 집착적 애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매력적인 육체의 젊은 여성을 잘 표현해냈다.

수위 높은 노출과 베드신에도 배소은은 "별로 부담은 되지 않았다"며 힘들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만큼 징징거리고 싶진 않았다고 전했다. 배소은은 "여자가 노출을 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다. 힘들었고 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재밌었다고 표현했던 거다. 재밌는 기억이 되는 거니까. 힘들었지만 징징거리진 않으려고 한다. 만약 다음 영화에 노출이 있고 제가 꼭 하고 싶다면 또 하고 싶다"라고 솔직한 심경과 함께 신인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배소은은 '은교' 김고은과 같은 한예종 출신이다.

또 한편의 갈라섹션 작품 '콘돌은 날아간다(El Condor Pasa)'의 배정화 역시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급스런 분위기와 섬세한 연기 속 과감한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다. 첫 작품에서 수위 높은 노출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해 그는 "부담없었다"라고 밝혔다.

극중 배정화는 성폭력을 당해 죽은 소녀의 언니 역할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한국영화에서 헤어누드 논쟁은 더 이상 필요없음을 보여줄 만큼 장시간의 노출 연기과 신부 캐릭터인 배우 조재현과 파격적인 베드신도 선보였다. 한 달여간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연기자다.

이에 대해 배정화는 "처음 짧은 시놉을 읽어내려가며 사실은 좀 파격적인 노출신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게 부담이 되지 않을만큼 작품에 힘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라며 "감독님이 먼저 얘기를 하시기 전에 미리 이해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사실 없었다. 수위에 대해서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훌륭하신 작품을 만드실 것을 알고 있었다. 인물로서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겁은 좀 났지만 부담감은 없었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감독에게 가진 신뢰감으로 무리없이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었음을 설명했다.

베드신에서 조재현과 피부색깔의 대비로 하나의 미술작품을 보는 느낌 또한 전달하는 배정화는 "완벽히 몰입을 해서 찍은 순간이다. 영화를 통틀어서 배우로서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라고 회상하며 영화 속 캐릭터와 혼연일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인임에도 김성홍, 전수일 등 갈라 섹션에 초청된 감독들의 명성과 함께 처음으로 국내외 언론을 만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