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K팝이라 불리는 우리 가요의 인기가 대단하다. 여기서 자랑스러운 것은 이들 노래의 노랫말이 세계 공통어라 불리는 영어가 아니라 우리 한국어라는 사실이다. K팝의 영향으로 아시아·미주·유럽을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 학습의 열기가 뜨겁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자 하는 국어학자들의 마음이 처음으로 모아진 것은 1926년이다. 당시 조선어연구회는 '세종실록' 28년(1446년)조의 내용을 참조하여 그해 음력 9월 말일인 29일을 양력으로 환산, 매년 11월 4일을 '가갸날'로 선포했다가 2년 뒤부터 그 명칭을 '한글날'로 바꾸었다. 그 후 1940년에 와서 말로만 들어오던 '훈민정음' 원본이 발견되는데, 그 책에 실린 정인지의 글을 보면 훈민정음은 9월 상순에 반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1945년에는 지금과 같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짓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인 1949년부터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기념해 왔다. 그러나 1990년,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한글날은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만다. 그 후 대다수 국민과 뜻있는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한글날은 2005년에 국경일로 승격되기는 했으나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지는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면 됐지, 공휴일이 아닌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한글의 반포일, 즉 한글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국민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 한글날이 언제인지를 묻는 대국민 조사에서 2009년에는 11.9%의 국민이, 지난해에는 37%의 국민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인 83.6%가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을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9년(68.8%)과 지난해(76.3%) 조사에서의 찬성자 비율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어 학습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한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을 심각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는 단순히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는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고 한글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국격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