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와 '데이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1993년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광해'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에 등장하는 '대역 모티브'를 기본으로, 조선시대 광해군이 양귀비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자 도승지 허균이 혼란을 막기 위해 임금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찾는다는 줄거리다. 이병헌, 한효주 등 스타 배우를 앞세워 28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광해'와 '데이브'는 줄거리뿐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 간의 관계, 그리고 세부 장면들까지 서로 유사한 면이 많다. 데이브는 미국 대통령이 혼외정사 중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닮은 직장인 데이브를 대역으로 내세우는 줄거리다.

'광해'에서 왕 대역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도승지는 중전에게 이를 숨기고 임금 대신 국정을 운영한다. '데이브'에서는 비서실장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광해'의 중전과 '데이브'의 퍼스트레이디는 각각 임금과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고 극중 역할도 비슷하다. 본인보다 대역을 맡은 인물에 호감을 느끼고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호위무사(광해)와 보디가드(데이브)가 두 영화에 등장한다.

'광해'에서 대역이 용상에 올라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장면과 '데이브'에서 데이브가 대통령 집무실 의자에 앉아 웃음을 보이는 장면 등 두 영화는 세부 장면까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앞서 나온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 유사한 내용의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많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개봉을 앞둔 '용의자 X'는 일본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리메이크했다.

그러나 '광해'는 '데이브'의 판권을 계약하지 않았다. 영화를 기획·배급한 CJ E&M 측은 언론(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데이브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고, 비슷한 설정이 있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데이브' 측이 의혹을 제기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