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 성당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할머니가 망쳐놓은 120년 된 프레스코(회반죽 벽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 벽화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또 이를 보겠다며 찾는 관광객이 늘자 할머니가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스페인 북동부 사라고사 인근에 사는 세실리아 히메니스(81)씨는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성당 내 벽화가 습기로 훼손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 그림은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가 120년 전 그린 '에케 호모'라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그림 공부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히메니스씨가 이 그림을 복원하겠다며 올해 초 붓을 잡았다. 몸통 부분은 그럭저럭 색을 칠했지만, 섬세한 얼굴 부분에서는 자꾸 물감이 번지는 바람에 예수의 얼굴 형태가 완전히 망가졌다.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된 히메니스씨는 결국 지난 8월 말 이 지역 문화위원회에 벽화를 훼손한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다.

벽화 원본(왼쪽)과 훼손된 현재 그림.

그 후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우스꽝스럽게 변한 그림이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이 그림을 활용해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다른 명화 속 인물들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합성 그림도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후 이 그림을 직접 보겠다며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성당에 몰렸고, 성당 측은 이후 1인당 4유로(6000원)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히메니스씨가 자신이 복원한 그림 덕에 관람객이 늘었다며 입장료 일부를 저작권료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스페인 당국은 허가도 없이 벽화를 복원하다 망친 할머니를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