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선하 기자] 개그맨 정형돈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이야기 했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속 '캐릭터 정형돈'이 아닌 '인간 정형돈'의 고백이기에 그 진가는 더욱 빛났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는 정형돈 편으로 꾸며졌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토크쇼에 출연한 정형돈은 이날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뒤 혹독한 과정을 거쳐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정착하기까지의 고생담과, 지금의 아내 방송작가 한유라 씨와 결혼하기까지의 풀스토리를 공개하며 진솔한 매력을 뽐냈다.

그간 개인사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왔던 정형돈은 이날만큼은 작심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눈길을 모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납금을 내지 못한다고 손을 번쩍 들던 소년 정형돈에서부터 선배의 호통에 기가 죽다가도 덕담 곁들인 소주 한 잔에 눈물을 펑펑 쏟아버린 신인 정형돈까지 이날 그는 카메라가 꺼진 곳에서의 자신의 면모를 오픈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난 건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 정형돈의 의외의 매력이었다. 욱하는 성격의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로 알려진 그는 알고 보니 좋아하는 여자의 이름도 묻지 못해 미니홈피를 4시간이나 뒤지는 소심남이었고,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처음 만난 날을 시작으로 그녀와의 100일째 만남을 한 편의 의미 있는 글로 엮을 줄 아는 로맨티스트였다.

유리한 면만 공개된 건 아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붙기 시작한 ‘미존개오’ 닉네임과 더불어 사업·음악 활동 등 하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현재 불안장애 증세로 약을 복용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대중스타로 큰 사랑을 받는 기쁨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추락에 대한 염려가 같은 무게로 자신을 짓누르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고백은 밝음 뒤에 공존하는 어두움을 새삼 상기시키며 스타 정형돈을 한결 가깝게 대중 속으로 끌어안았다.

MBC ‘무한도전’ 초기 못 웃기는 개그맨 캐릭터로 상처 받다 종내는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극복했다는 그의 경험담은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불안장애 증세에도 같은 효과를 낼 열쇠가 아닐까.

그는 이날 자신을 실력 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잘 된 케이스로 칭하며 “밑천이 드러날까봐 불안하다”고 고백했지만, 그를 향한 ‘미존개오’ 수식어는 당분간 현재 진행형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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