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18)군은 중학교 동창에게 작년 6월 10만원을 빌렸지만 5개월 넘게 갚지 못했다. 친구의 '빚 독촉'은 갈수록 심해졌다. 김군은 올 1월 서울 구로동의 한 놀이터 화장실로 친구를 불러냈고, 가져간 나일론 끈으로 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김군은 올 5월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올 4월엔 가출한 10대들이 말다툼하던 또래 여학생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사건도 발생했다. 구모(17)군 등 9명이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인 일로 이들은 피해 학생 A(18)양이 자기들을 험담한다며 야구 방망이 등으로 폭행했고 새벽녘이 돼서 인근 공원에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며 크게 늘고 있다. 대검 범죄백서에 따르면 4대 강력 범죄(살인·강간·강도·방화)를 저질러 입건된 미성년자(19세 미만)는 2005년 1549명에서 2010년 3106명으로 100% 넘게 늘었다.

특히 '성폭행(강간)'이 문제였다. 작년 12월 서울 신림동에선 장모(16)군과 동네 선후배 4명이 중학생 강모(14)양을 한 고시원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서로 짜고 '술 먹기 게임'을 해 강양을 만취하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됐다.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미성년자는 2005년 752명에서 2010년 2107명으로 180%나 증가해 4대 강력 범죄 중 가장 증가율이 컸다. 같은 시기 강도 혐의 입건자(696명→819명)와 방화 혐의 입건자(77명→161명)도 늘어났다. 살인범은 큰 차이가 없었다.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성범죄는 특히 또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성범죄(강간·특수강간 제외)로 가정법원에서 소년재판을 받은 미성년자는 2002년 537명이던 것이 2011년 1695명으로 3배가 됐는데, 이 중 피해자가 13~18세(중·고생 연령대)인 경우는 60명에서 690명으로 10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강간 또는 강제추행죄(성인 상대 범죄)로 기소된 성인 수가 2002년 1981명에서 2011년 2337명으로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미성년자가 다른 사람을 때려 상해(傷害)를 입힌 혐의로 소년재판을 받은 건수도 2002년 217건에서 2011년 1487건으로 약 6배 증가했고, 단순 폭행 건수도 2002년 126건에서 작년 820건으로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올 7월 동급생을 여관방에 감금해 소변을 마시게 하고 담뱃불로 몸을 지지며 때린 고등학교 3학년 배모(18)군을 구속했다. 배군은 같은 학년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소변을 강제로 마시게 하고 때린 뒤 기절시켰다가 깨어나자 다시 폭력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성범죄나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가정법원이 아닌 일반 형사 법정에서 재판받고 실형을 사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다"며 "청소년이 폭력 동영상이나 포르노 같은 범죄 유발요인에 노출되기 쉽고 가정 해체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천자토론] 날로 흉악해지는 청소년 범죄, 원인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