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S 출입구에서‘포즈’를 취한 브라우니. 개그맨 정태호의 소속사 가‘브라우니의 퇴근길’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됐었다.

높이 62㎝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이 회색빛 털의 개. 혈통은 용맹하기로 이름난 '시베리안 허스키'. 그런데 주인이 짖으라 해도, 물라 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묵묵부답.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정여사'의 마스코트인 개 인형 '브라우니' 얘기다.

대사·동작 하나 없는 브라우니의 인기가 "개그맨들을 넘는다"는 평가다. 우선 "브라우니, 물어!"는 올해 개그계의 최고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정여사 출연진 3명은 브라우니를 안고 최근 동료 개그맨 이승윤의 결혼식에 갔다가 취재진으로부터 "개그맨들은 빠지고 브라우니 단독 포토타임을 갖자"고 요청받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포털에서 '브라우니'를 검색하면 이를 화제어로 삼은 트위터 등 SNS 글들이 끊이지 않고 뜰 정도이다.

브라우니를 탄생시킨 주역은 '주인' 정여사를 연기하고 있는 개그맨 정태호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정태호는 자신이 오랫동안 구상했던 개그 아이템이 정식 코너로 확정되자, 액세서리용 아이템으로 어떤 것을 쓸지 구상하다가 KBS 소품실 구석에 있던 시베리안 허스키 인형과 마주쳤고 '저거다'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브라우니' 이름을 지은 사람도 정태호. "인형 이름을 두고 여러 단어를 떠올리던 중 무의식적으로 '브라우니'라는 말을 되뇌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아 아예 이름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브라우니가 방송국에 출퇴근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됐지만, 녹화 등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개그콘서트 회의실에 마련된 '숙소'에 보관한다고 한다.

브라우니는 지난달 한 차례 변신을 감행했다. 워낙 오래돼 솜털이 빠지는 등 '노환'을 앓아온 1대 브라우니가 물러나고, 왕관을 쓰고, 눈썹을 그리고, 자기 얼굴이 그려진 목걸이를 건, 더욱 도도한 이미지의 2대 브라우니가 등장한 것.

사이즈별로 2만~6만원대 가격이 붙은 브라우니 인형의 인기도 폭발적이라고 한다. 한 인형전문 인터넷 쇼핑몰 대표는 "생산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 '정여사'에 나온 뒤 재고가 모두 바닥이 났고, 이번 주말쯤 중국에서 긴급히 새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업체가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하청으로 제작했지만, 처음 생산한 업체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러 업체의 유사 제품이 난립한 것으로 안다"며 "물건이 워낙 잘 팔려 향후 저작권 소송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