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기자] 웃지 않는 한효주는 어떤 모습일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한효주가 아니던가. 그래서 문득 걱정이 들었나 보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속 한효주가 분한 인물이 '웃지 않는 중전'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말이다.
그러나 역시 기우였던 것일까. 보기만 해도 기품이 흐르는 중전으로 분한 한효주는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음에도 남성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우아함과 단아함을 갖춘 여인으로 남성 관객들을 두근거리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의외로 슬픔과 연민으로 가득 찬 인물에 한효주가 잘 어울리는 것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실제론 단순한 개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 한효주는 지난 1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평소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편이라는 한효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정말 좋았어요. 출연한 배우가 이렇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저는 정말 객관적인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구나'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았던 것 같아요. 연출부터 촬영 ,배우들의 연기까지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영화가 나와서 좋아요. 소위 말해 어느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영화는 뭐하나 그런 느낌 없이 꽉 차인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죠(웃음)."
함께 출연하는 이병헌, 류승룡에 비해 그다지 많은 분량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효주는 영화 내내 웃지 않는다. 딱 한 번 이병헌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장면을 제외하곤 한효주의 미소를 볼 수는 없다. 그런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워낙에 감정표현이 없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자도 감정적으로 가라앉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되게 조용히 지냈어요. 정말 별말 없이 중전처럼 지냈죠. 그러니 사람들도 저를 중전 대하듯 대하시더라고요. 잘 다가오지 못하시고(웃음)."
'광해'를 보다 보면 하나 색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사극을 통해 우리가 봐왔던 중전과는 의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개 생각하길 중전하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의상에 커다란 가채로 그 위엄을 드러내기 마련. 그러나 '광해' 속 중전은 무채색의 의상에 가채도 없다. 이에 대해 물으니 그러한 보이는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중전의 비주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연기로만 보이기에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한계가 있어서요. 그런 것도 있고 하선(이병헌 분)이 중전을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할 만큼 아름답지만, 어딘가 모르게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을 비주얼로만 설명을 해야 하니까 외모적인 부분이 숙제였어요. 처음에는 중전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더 화사했는데 갈수록 점점 뺐어요. 감독님이 '담백하게 가자. 고증을 떠나서 심정적인 면만 생각하자'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담백한 중전이 탄생한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영화 속 중전을 보시고 '수묵화'같다고 표현해주시기도 했어요."
한효주에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BC 드라마 '동이'를 비롯해 SBS 드라마 '일지매'에 출연한 적이 있다. 사극이 지니고 있는 매력을 물으니 그는 여자가 되게 예쁘게 나와서 좋다고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여배우라서 예쁘게 나오는 것이라 이야기하며 다소 풀이 죽어있자 한효주는 어느 여성이든 다 예쁘게 나올 거라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도 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었다.
"사극은 옷 입는 것, 행동하는 것 등 보이는 것부터가 다르고 현대극에 비해 여성이 자유롭진 못하죠. 남자들은 사극 속에서 역동적이잖아요. 여자는 사극에서 살이 보이지 않고 심지어 팔을 올리는 행동도 없어요.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은 아니죠. 그렇지만 여자가 되게 예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보면 볼수록 한복은 정말 예쁘고 입으면 입을수록 좋아요. 처음에 입을 땐 불편하다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입고 싶은, 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한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이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 찍어놓은 사극이라도 지금 보면 전혀 촌스럽지 않잖아요. 고전적이면서도 질리지 않는 느낌이 있어요."
'동이' 이후 2년간 브라운관에서 한효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주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다. 앞으로도 영화 '반창꼬', '감시'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어서 약 3년간 한효주는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치지 않은 셈이다. 그 자신도 드라마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은 대중과의 소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연기적인 욕심과 대중과의 소통, 두 가지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고 싶지 않다고.
"드라마와 영화, 둘 다 정말 좋아요. 각각의 매력이 있는데 드라마는 대중과 좀 더 소통하기 쉽고 피드백도 바로 오고 연기하고 있을때 혼자 하지만 시청자하고 호흡하는 느낌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하고 같이 하는 느낌이 있어요. 영화는 완성도가 좋으니까 배우로서 연기 욕심을 내기가 좋죠. 의견도 많이 받아들여지고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고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찍는 거라 연기적인 욕심을 내기에는 영화가 좋고요. 저는 늘 연기 욕심도 많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대중과의 소통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배우를 하면서 점점 아이러니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의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건데 오히려 배우를 할수록 사람들과 섞여 있는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혼자가 되고 고립되기보다는 사람들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더 관찰할 수 있고 더 많이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적인 욕심과 대중과의 소통에서 저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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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