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신영 기자] 시청률로만 설명할 수 없는 라이브의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중구난방 감상평과 ‘악평’에 이은 극단적인 점수는 시청자들과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야유’를 퍼붓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생방송 무대로 진행된 KBS 2TV '밴드서바이벌-탑밴드2‘는 8강 A조 몽니, 장미여관, 악퉁, 트랜스픽션의 경연이 펼쳐졌다. 이날은 몽니와 트랜스픽션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방송에서 'My Story My Song'이라는 미션으로 경연에 임한 밴드들은 각각의 사연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재밌는 점은 이날 김종서, 정원영, 송홍섭, 장혜진, 김세황 등 5명의 생방송 심사위원이 이들에게 준 점수가 다소 격차가 컸다는 것이다. 각자의 음악적 취향과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이 아무리 다르다고 할지라도, 납득할 수 없는 ‘극과 극’의 점수가 나왔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을 들끓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김세황. 현장에서도 그를 향한 ‘야유’가 줄을 이었다.

우선 김세황은 몽니에게는 80점, 장미여관에게는 60점, 악퉁에게는 40점, 트랜스픽션에게는 80점의 점수를 줬다. 점수가 문제가 아니다. 그가 한 ‘심사평’이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김세황은 높은 점수를 준 몽니와 트랜스픽션에게도 의미 있는 심사평을 하지 않았지만, 낮은 점수를 준 장미여관과 악퉁에게는 ‘독설’을 퍼부었다.

장미여관에게 60점을 주면서 그는 “즐겁기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컸다. 베이스는 틀렸고, 중간에 기타 애드리브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말해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65점을 준 송홍섭을 제외한 장혜진, 정원영, 김종서는 그들의 음악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보다 ‘열정’과 조화에 각각 90점, 95점, 80점 등 다소 높은 점수를 장미여관에게 줬다.

악퉁은 전설적인 록그룹 퀸에 감명을 받았다고 얘기하면서 초반에는 'We will rock you'를 그리고, 'I want to you break free’ 등 세곡을 섞어 연주했다. 악퉁에게 김세황은 40점을 주면서 “코드 전개는 좋았지만 궁극적으로 목표를 잃었다. 내가 본 'We will rock you' 중 최악이었다”고 말해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김종서, 정원영, 송홍섭, 장혜진이 각각 80점, 85점, 75점, 80점의 비교적 비슷한 점수를 준 것과 반해 굉장히 낮은 점수다.

또한 김세황은 대체적으로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들은 트랜스픽션에게는 80점을 줬다. 장혜진은 82점, 송홍섭은 70점, 정원영은 72점, 김종서는 75점을 줬다. 김세황은 이날 트랜스픽션이 세션으로 무대에 세운 여성 보컬리스트를 언급하며 “노래 잘하는 보컬리스트가 많은데(아쉽다) 그것 때문에 마이너스 10점, 섭외 능력에 마이너스 10점을 준다”는 심사평을 남겨 또 한 차례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김세황이 높은 점수를 준 밴드는 준결승에 진출했고, 낮은 점수를 준 밴드는 탈락했다. 물론 시청자문자투표가 반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1000점 중 100점이 심사위원 1명에게 주어지고, 그의 점수와 심사평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

방송 후 그의 ‘극과 극’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심사평’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줄을 이었다. 직설화법을 넘어선 밴드 모독성 ‘독설’, 그리고 ‘탑밴드’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조언과 배려가 없는 심사평이었다는 점을 시청자들은 지적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권모 씨는 “김세황 씨 혼자 심사하는 방송, 패자부활전에서도 심사위원 자질 때문에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8강에 다시 부른 게 이해가 안간다”고 시청평을 남겼다.

또한 박모 씨는 “40점 참 어처구니없다. 아무리 개인적인 취향이라지만 편곡만 보고 점수를 매겨도 낙제점 이상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심사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심사도 어느 정도 기본과 개념을 갖춘 사람에게 맡기자”고 항변했다.

이밖에도 “논리적인 설명도 없고, 음악적인 전문성도 느낄 수 없었다”, “밴드의 열정과 노력에 40점이라는 점수는 말도 안 된다”, “점수 편차가 발생하는 부분은 당연한 이치라 생각되지만 한 심사위원이 악퉁에게 40점이란 낮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해선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등의 시청평을 남겼다.

이른바 네임드 밴드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다소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온 ‘탑밴드2’가 라이브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생방송에 돌입하며 ‘전환점’을 돈 상태에서 이 같은 심사위원 자질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장에서 들었던 ‘야유’가 ‘탑밴드2’에 애정을 갖고 늦은 시각에도 달려온 관객들이 보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작진이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아야 할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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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