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민주노총 플랜트노조의 복면 테러 사건은 지난달 27일 오전 5시 30분쯤 울산 남구 여천동의 한 플랜트업체 정문 안에서 발생했다. 회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할 즈음 복면을 한 괴한들이 느닷없이 정문 안으로 침입했고, 직원들을 다짜고짜 집단폭행했다.

이날의 복면 테러는 2~3분간 계속됐고, 당시 폭행 장면이 이 회사의 9개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울산남부경찰서는 테러 사건이 종업원 고용을 둘러싼 민주노총과 이 회사의 갈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앞에선 테러가 있기 보름여 전부터 민주노총 플랜트노조가 집회와 시위를 계속해 왔고 이날도 2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있었다. 이들은 "회사가 한국노총과 국민노총 플랜트노조 조합원만 고용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등 부당 노동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민주노총 조합원도 상당수 고용하고 있는데 플랜트노조가 억지 주장을 펴며 출근을 방해하는 등 회사와 직원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해 플랜트업체 대표 김모(63)씨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고용하라는 협박에 응하지 않자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해 복면 테러를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테러로 이 업체 직원 4명이 입원 치료 중이고, 1명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10일 오후 울산의 한 병원 중환자 병동 입원실에서 만난 피해자 4명은 실명 위기, 안면 함몰, 척추와 갈비뼈 골절 등으로 부상이 심각한 상태다. 이들은 "이렇게 두들겨 맞다간 죽겠다 싶을 만큼 무서웠다. 그들은 무자비한 테러범이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에 누워서도 그날의 악몽 때문에 벌떡 깨곤 한다"고 했다.

이 회사 이사 정모(60)씨는 왼쪽 눈 아래쪽 뼈가 함몰되면서 부러진 뼛조각이 안구를 찔러 실명 위기까지 갔다가 지난 4일 오후 인공 뼈를 이식하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박모(40) 차장도 코뼈와 함께 코 주변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고, 긴급하게 함몰된 부위를 복원해 재배치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변모(43) 부장은 척추와 갈비뼈 3~4개에 골절상을 입어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다.

경찰은 "괴한 중 잠적한 8명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두 휴대전화도 꺼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